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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아트버스터의 메시지 정공법..'무엇이 당신을 살게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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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기자I 2014.09.10 08:03:20
영화 ‘비긴 어게인’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어떤 이들은 영화 ‘비긴 어게인’이 끝난 뒤 박수를 쳤다.

그럴 수 있어 보였다. 사람들은 노래 한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데 익숙해져있으니까. 그리고 멋짐, 황홀함, 아름다움 등등을 마주했을 때 역시 사람들이 익숙한 감정 표현은 박수였으니까. ‘비긴 어게인’은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그런 영화였으니까 상영이 끝난 뒤 박수 소리가 들리는 풍경은 칸, 베니스, 베를린, 여느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과도 이질감 없는 모습이었다.

‘비긴 어게인’ 스틸컷.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 영화다. 스크린 200개 상한선을 넘지 않는 영화에 한해 ‘다양성’이라는 기준이 충족된다. 블록버스터와 경쟁이 어렵고 상업 영화와 같은 선상에서 박스오피스 순위를 다투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스스로에게 주는 일종의 핸디캡인 셈이다. 다름을 인정함과 동시에 강력한 차별화를 자부하는 진정한 ‘매력덩어리’인 셈이기도 하다.

‘비긴 어게인’은 이런 의미에서 성공했다. 올해 개봉된 다양성 영화 중 흥행 성공 1위였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제치고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만 만 넘어도 대성공’이라고 회자됐던 분야에서 다양성 영화는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드라마, 노래, 영화 할 것 없이 대중이 즐기고 소비하는 콘텐츠는 결국 메시지, 그 알맹이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낸 값진 수확이다.

‘비긴 어게인’은 입소문으로 통했다. 이견 없이 ‘볼만한 영화’라는 말이 나왔다. 어떤 이들은 ‘봐야만 하는 영화’라고도 했다. ‘비긴 어게인’은 왜 사람들을 감동시켰을까. 관객들은 왜 ‘비긴 어게인’을 마음으로 허락했을까.

‘비긴 어게인’ 스틸컷.
영화는 변함 없는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가운데 변화를 위해, 스스로를 붙잡고 있는 무언가를 훌훌 털어내기 위해 변화할 용기 또한 노래하고 있다. 제목처럼 ‘다시 시작’이라는 말은 두려움과 동시에 설렘을 안기는 표현이다. 물론 영화 속 그레타처럼 노래하는 자와 연휴가 끝나면 회사로 출근하는 ‘나인 투 식스’의 삶을 사는 자의 1년 365일이 돌아가는 시계는 다르다.

하지만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찾아 삶의 진정성을 키우기 위한 ‘새 출발’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이 아닌가. 그곳만 바라보며 내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쓰며 삶의 주체가 되는 일은 당연해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레타는 부르고 싶은대로 만들고, 부르고 싶은 곳에서 노래하고, 부르고 싶은 자와 호흡한다. 수상한 전화통화, 의심이 가는 SNS 메시지, 행적이 묘연해 보이는 영수증, 어떤 증거를 포착한 것도 아니지만 5년 사귄 남자친구의 마음을 읽는 건 그가 만든 노래 한 구절이면 충분하다. “미련 없이 널 떠나니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미련 가득해 보이는 우스운 선전포고 역시 직접 만든 ‘취중진가(歌)’로 센스있게 대체한다. ‘그레타의 시간’은 그 자체로 관객들의 꿈과 맞닿아있다.

영화 속 ‘Like a Fool’ 뮤직비디오 캡쳐.
그레타는 물론 ‘나만 들리는 음악이 있다’고 자부하는 미다스의 손 댄도 그렇다. 나도 남들도 몰랐던 기타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바이올렛, 비발디만 아니면 다 좋다는 명문대 음대생, 대화가 곧 랩이 되는 소울 충만한 힙합 스타, 엉뚱한 곳에서 피아노 실력을 썩히고 있던 지루한 ‘발레 초딩’들의 반주가까지. 영화 속 모든 사람들은 내 마음 속 어딘가 숨어있는 ‘다시 시작’이라는 버튼을 누르는데 망설임이 없다.

결국 ‘비긴 어게인’은 꿈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잔잔한 여운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성공스토리, 더욱이 그 누군가가 예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일반 대중에게 뜬구름 잡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삶처럼 비춰질 수 있다. ‘비긴 어게인’이 조금은 부럽기도, 조금은 ‘나도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관객들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공감대를 놓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평범함을 꿈꾸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비긴 어게인’ 스틸컷.
지하철 역, 할렘가 골목, 빌딩 옥상, 호수 위 보트, 그곳이 어디든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들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옷도, 메이트업도, 헤어스타일도, 연주 장비도 소박했다. 노래에 담긴 메시지 조차 소박했다. ‘난 널 바보처럼 사랑했다’거나, ‘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던가, ‘사자가 사슴에게 키스하는 걸 봤어’라던가.

이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희열의 스케일도 소박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행위는 ‘매우 만족스러움’, 서로의 눈을 보는 행위는 ‘진심으로 고마움’, 잇몸을 보이고 씩 웃는 행위는 ‘매우 안심이 됨’, 뒤에서 어깨를 잡아주는 행위는 ‘진심으로 미안함’. 영화는 관객들이 각자의 꿈을 그리워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만한 여지를 주는데 특별한 장치나 기교 없이 접근했고, 성공했다.

‘비긴 어게인’의 진짜 제목은 ‘노래가 당신의 삶을 구해줄 수 있나요?’라고 직역된다. ‘Can a Song Save Your Life?’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와 댄(마크 러팔로 분)은 그랬다. 노래로 살아온 이들은 절망했지만 결국 노래로 일어섰다. 영화가 끝난 후 ‘비긴 어게인’은 관객을 위해 ‘Song’이란 단어를 괄호로 대신해준다. 이제 관객들이, 그 사이에 그들만의 꿈을 넣어 다시 시작할 차례다.
‘비긴 어게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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