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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조노 럭비 경기장은 일본 고교 럭비의 성지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일본 전역 800여 개 고교 럭비팀이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단 56개 팀 만이 도전하는 최대 규모의 학생 스포츠 대회다. 세계적인 강호로 자리매김한 일본 럭비 문화의 뿌리다.
이 무대에는 한국 럭비의 역사도 깃들어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한국 선수들이 이곳에서 일본 팀들을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재일동포 선수들로 구성된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는 2009년과 2010년, 2021년 세 차례나 이 대회 4강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오사카조고 선수들의 스토리는 2014년 개봉한 영화 ’60만 번의 트라이‘에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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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운영과 중계 환경 역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하나조노 대회는 방송사 ENG 카메라 16대를 투입해 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마치 프로스포츠 중계처럼 선수 개인의 움직임과 전술 흐름, 교체 상황까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ENG 카메라 1대로 경기장 전체를 비추는 수준의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제24대 집행부 시절 개최된 ‘코리아 슈퍼 럭비리그’는 ENG 카메라 8대를 운용하며 체계적인 중계 환경을 구축했다. 당시 럭비인들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럭비 중계를 경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암울했던 과거로 돌아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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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읏맨 럭비단이 이번 아카데미의 첫 해외 견학 무대로 하나조노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럭비가 한 사회 안에서 어떻게 존중받고 성장하는지 직접 느끼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참가 학생들은 하나조노 전국대회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교 럭비가 어떤 준비와 경쟁 속에서 완성되는지를 눈으로 확인했다.
선수들은 일본 현지 중등부 팀과 합동 훈련 및 일본 프로 리그원 소속 하나조노 킨테츠 라이너스의 훈련을 참관할 계획이다. 훈련장 분위기와 코칭 방식, 팀 운영 전반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럭비를 대하는 태도와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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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중 럭비부에 속한 장수호(15) 군은 ”고등학교 형들의 경기를 보며 언젠가는 저도 이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같은 팀의 배시후(15) 군도 “패스 하나, 럭 하나가 곧바로 트라이와 승부로 이어진다는 걸 느꼈다”며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진도중 오우리(14) 군은 “나중에 나도 일본에 와서 경기를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으며, 같은 팀 친구인 박서우(14) 군은 “일본 선수들의 색다른 플레이를 한국에 돌아가 꼭 활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는 한국 럭비의 미래를 이끌 학생 선수들에게 ‘진짜 럭비’를 전하겠다는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출발했다. 성적과 결과보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인내·협동·희생으로 이어지는 럭비의 기본 가치를 몸으로 익히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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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그동안 한국 럭비는 성과와 결과를 향해 달려왔지만, 선수들이 럭비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가치를 얻는지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럭비가 가진 더 넓은 의미를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OK 읏맨 럭비단은 중등부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고등학교나 대학교 선수들로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관중 5만 명이 하루를 채운 하나조노의 풍경은 진지한 울림을 던진다. 스포츠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하느냐에 따라 완성된다. 하나조노에서 한국 럭비 꿈나무들이 마주한 것은 선수와 관계자, 팬들이 함께 스포츠를 만드는 순수한 열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