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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은 영화 ‘우리들’, ‘우리집’ 등으로 평단과 관객, 봉준호 감독 등 거장들의 호평을 받으며 독립예술영화계의 주목받는 젊은 피로 주목받아왔다.
그런 그가 ‘우리집’ 이후 6년의 공백 끝에 신작 ‘세계의 주인’을 내놨다. 10월 22일 국내 개봉을 확정한 ‘세계의 주인’은 국내 공개에 앞서 최근 폐막한 토론토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 최초로 초청되는 낭보를 전한 바 있다.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지만, 토론토 상영회에서 공개 이후 전석 매진과 극찬 세례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영화 ‘얼굴’로 토론토영화제에 참석한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 등이 ‘세계의 주인’을 관람 후 찬사와 관람 추천으로 이어져 더욱 기대감을 낳고 있다.
윤가은 감독은 토론토 수상 낭보를 기대했는데 아쉽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꿈도 꾸지 않았다. 아주 좋은 영화가 상을 탔기에 그런 말씀을 듣는 것 만으로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겸손을 드러냈다.
‘세계의 주인’은 토론토 참석 이후 BFI런던국제영화제, 바르샤바국제영화제 등 다른 해외 영화제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윤가은 감독은 “너무 감사하다. 6년 만에 만드는 장편영화이더라”며 “그 사이에 놀았던 건 아닌데 노력하면서도 미끄러지는 경험을 계속 겪었다. 내 생애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예전 영화가 마지막 영화였던 건가, 그런 거라면 당시 좀 더 즐겨볼 걸 생각도 했던 시기에 신작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서 감사했다. 이번에 만든 영화도 독립예술영화다. 작은 영화들이 개봉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다 보니 이런 영화제들이 독립예술영화들을 위한 통로가 돼주고 있어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 “궁금하기도 하다. 지금 이런 시기에 다른 해외 영화 감독님들은 어떤 영화를 만들고 고민을 할까. 토론토영화제는 보통 큰 영화들을 상영하는 편인데, 이번에 상영회한 플랫폼 섹션은 그 중에서도 내 작품처럼 특이하고 이상한, 작은 영화들을 주로 소개하는 부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감독들 만나서 다 그런 이야기만 했다. 어떻게 어렵게 만들었고 펀딩을 어떻게 받았으며 등 이야기 나눈 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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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상영회에서 현지 관객들과 영화를 관람했을 때 느낀 감정도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약간 감정을 못 느끼는 상태에 가까웠다. 내가 감독이건 뭐건 그냥 앉아있더너 상태”라며 “내 마음은 도처를 떠돌고 있었다. 배우들도 진짜 많이 떠셨다”면서도, “나가서 무대인사하고 질의응답을 해야 해서 나가는데 따뜻한 시선 같은 게 느껴졌다. 이것이 나의 착각이 아니기를 기도하며 임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사실은 상영회를 두 번 했는데 두 번째 상영 때 제가 자리에 못 있던 게 천추의 한이다. 그 극장이 500석이 넘는 극장이라 스크린도 컸는데 매진이 됐다고 하더라”며 “저는 그때 같은 플랫폼 섹션의 감독님들을 만나는 공식 일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너무 아까워 급히 메이크업 등 준비 중이던 주연 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극장에 오니 너무 좋은데 또 그 풍경을 보면 참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 이 친구가 당황해 준비도 다 못 마치고 곧바로 달려왔는데도 그 상영회가 끝나고 나서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볼까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자 창작자로서 느끼는 영화와 극장의 의미, 현재 위기라 불리는 시장의 현주소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다 보니 이렇게까지 영화가 어려운 줄은 몰랐다”며 “내가 산업에 들어오자마자 영화가 저문다는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나, 실제 저물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아동문학 전문가로부터 아이들을 위한 그림동화책이 필요한 진짜 이유를 들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그 선생님은 그림동화책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삶의 교훈과 가이드를 심어주려 만드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아이들도 예술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고, 사람으로서 겪을 삶의 희로애락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예술이 줄 수 있는 간접 경험, 그런 것들을 열어주는 통로가 되어준다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런 경험을 영화를 통해 접하면 삶이 좀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주 다양한 종류의 영화들이 세상에 나와야 한다”며 “영화는 2시간 안에 나와 삶을 찾아가는, 누군가의 삶을 대리체험할 수도 있는 가장 강력한 매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극장의 시간들’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영화관 씨네큐브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극장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예술영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제작한 앤솔로지 작품니다. 윤가은 감독은 단편 ‘자연스럽게’를 연출했다.
‘극장의 시간들’은 부국제 상영 후 내년 상반기 극장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