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만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인 케이스포돔에서의 단독 콘서트 개최는 가요계에서 ‘성공의 증표’로 통한다. 데뷔 2년 만에 거둔 의미 있는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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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의 최근 활약을 보면 ‘가상 아이돌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 기업 블래스트가 제작한 플레이브는 가상 아이돌 범주에 속하지만, 인공지능(AI) 기반 가상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 정체를 감춘 채 활동한다. 멤버 5명의 모습을 그래픽 게임 개발 툴인 언리얼 엔진과 실시간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가상 아이돌 형태로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플레이브는 역동적인 군무와 실시간 팬 소통까지 가능해 두터운 팬층과 음원·음반 파워를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 3D 실사 스타일이 아닌 웹툰풍 비주얼을 내세워 다른 버추얼 아이돌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들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우려를 딛고 홍콩, 자카르타, 방콕 등 아시아 투어와 오는 11월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상 아이돌은 주류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무색할 만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케이스포돔 매진은 형태에 상관없이 콘텐츠가 좋으면 아낌없이 ‘덕질’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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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차트에서도 가상 아이돌의 돌풍이 거세다. 20일 현재 멜론, 지니, 벅스, 플로 등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1위는 K팝 소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하는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의 곡 ‘골든’이다. ‘케데헌’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헌트릭스의 팬덤까지 형성되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디지털차트 상위 400곡의 7월 음원 이용량은 전월대비 7.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진우 음악 저널리스트는 “‘케데헌’ OST가 침체된 국내 음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골든’의 음악 차트 점령은 캐릭터 뒤에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가상 아이돌도 히트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골든’은 지난 주 미국 빌보드 송 차트 핫100에서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K팝 곡으로는 9번째, 방탄소년단(BTS) 관련 곡을 제외하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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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와 헌트릭스가 폭발적인 화력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가상 아이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걸그룹 아이시아 △여성 듀오 위시스 △혼성 듀오 브레이지 등이 잇따라 데뷔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나이비스는 외모를 한층 더 캐릭터스럽게 바꾸고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시아를 제작한 나병준 메가메타 대표는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과 맞물려 가상 아이돌 시장과 팬덤 문화가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가상 아이돌이 K팝 지형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희윤 평론가는 “사생활 리스크 등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머지않아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가상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의 인기를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