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윤(59) OK금융그룹 회장은 오는 9월 3일 막을 올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재일교포 3세인 최 단장은 재외동포 출신 사상 첫 선수단장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최 단장은 수많은 차별과 역경을 딛고 일본에서 요식업으로 크게 성공했다. 이후 조국인 한국으로 돌아와 금융업에 뛰어들었고 오늘날 OK금융그룹이라는 큰 기업을 일궈냈다.
어릴 적 럭비선수로 활약했던 최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각별하다. 그에게 럭비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심어준 인생의 씨앗이었다. 어릴 적부터 단단하게 다져진 ‘럭비 스피릿’은 기업가로 성공하는데도 큰 밑거름이 됐다.
회사 경영으로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도 최 회장은 한국 스포츠와 늘 함께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구단주이자 대한럭비협회장직을 맡은 최 회장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부단장을 맡으면서 한국 스포츠의 새 리더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일본 현지 교민들은 조직적으로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지원했다. 재일교포로서 일본 내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한 최 단장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그에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직을 수락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을 맡으려는 이는 거의 없었다. 최 회장도 워낙 바쁜 일정 탓에 어려움이 따랐지만 기꺼이 중책을 맡기로 했다.
최 단장은 “솔직히 처음 제의받았을 당시에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과연 선수단장직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바라는 스포츠단체 협회장으로서 스포츠에 대한 진정성을 표현하고 싶어 숙고 끝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스포츠가 전해주는 가치,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상이 주는 울림과 감동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몸소 느껴왔다”며 “그동안 스포츠를 통해 받았던 감동과 은혜를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제대로 봉사해 갚으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앞장서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최 단장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의 종합 2위 탈환을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목표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최근 10년 사이 학교체육, 생활체육 등 기초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체육 강국으로 도약했다. 반면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가 크게 위축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일본에 크게 뒤진 종합 3위로 내려앉았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5회 연속 지켰던 종합 2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최 단장은 “지난 대회에선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금메달 28개)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 수가 50개 아래로 떨어졌다”며 “이번에도 녹록지 않은 환경이 예상되지만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5년간 피나는 노력을 했으니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럭비 종목 수장답게 비인기 종목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최 단장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비인기’를 넘어 ‘비인지’ 종목 선수들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제대회다”며 “이름조차 생소한 종목을 선택한 선수들은 대중의 무관심, 환경적 열악함을 탓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기회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후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단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은 기존에 빛을 보지 못했던 비인지 또는 비인기 종목에서 스타 선수가 탄생할 수도 있고 대한민국 특유 불굴의 도전정신을 되살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금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파리 올림픽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단장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나서기 위해 4~5년간 피땀 어린 노력을 하고 처절한 싸움을 한다”며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훈련하고, 체중 조절을 위해 먹고 싶은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훈련해 얻어낸 값진 성과가 국제대회 출전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알아주면 좋겠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고,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희망,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