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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정이’ 공개를 앞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 신작 영화 ‘정이’로 출사표를 던진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지옥: 두개의 삶’과 영화 ‘반도’, ‘부산행’으로 작품성과 흥행력을 모두 인정받은 바 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인공지능(AI)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이언스픽션(SF) 영화다.
배우 김현주가 내전 중 수많은 작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어낸 전설의 아이콘 정이를 연기했다. 고(故) 강수연은 크로노이드에서 뇌복제 시술을 통해 전설의 영웅 정이를 개발하는 팀장 서현을, 류경수는 정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달려가는 크로노이드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았다.
연 감독은 제작 의도를 묻는 질문에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질문과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SF 장르만이 가진 시각적인 요소들과 액션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성을 지닐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극중 정이는 미래 연합군 작전에서 승리를 이끈 시대의 아이콘이자 작전을 나가기 전 가족을 안심시키려 웃어 보이는 평범한 인간,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캡슐 안에서 식물인간으로 늙어가는 인물이자 무수히 복제된 자아를 지닌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캐릭터다.
연 감독은 “처음엔 인간성이 인간의 몸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었다”면서도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인간성은 몸 안이 아닌 무수히 많은 관계 안의 중간쯤에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짚었다. 그는 “만약 타인과의 관계로 정체성이 형성된다면 관계만으로도 인간성은 존재할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의 문제도 ‘인공지능이 생물이냐, 무생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답이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결국 아이덴티디(정체성)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게 연 감독의 생각이다.
간담회 현장은 훈훈한 분위기였다. 연 감독은 “장인어른과 밥을 먹다가 ‘정이’를 궁금해하셔서 각본을 보여드린 적이 있다”며 “그때 장인어른이 했던 얘기가 ‘저건 너무 허무맹랑한 얘기 아니냐’고 하시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아무래도 로봇이 나오고 하니까, 좀비도 버티셨던 분인데 갑자기 로봇이 나오니 그러셨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이’는 고(故) 강수연의 마지막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강수연 배우와 같이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컸었다는 연 감독. 그는 “개인적으로 놀란 것 중 하나가 강수연 선배님이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신다는 점”이라면서 “보통 메이킹 인터뷰도 촬영 중에 따지는 않는데, ‘정이’ 같은 경우는 세트가 워낙 멋있어서 촬영이 끝나면 바로 부수는 것이 아쉬워 (선배 인터뷰를) 미리 땄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수연과의 첫 만남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그는 “처음엔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아주 구질구질하게 보냈다“면서 ”과거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배님과 잠깐 만나 인사했던 기억까지 끄집어내 구구절절 보냈다. 근데 답장이 없었다. 나중에 만나 왜 답장 안 하셨냐 여쭤봤더니 ‘스팸 문자인 줄 알았다. 사기 아닌가. 이 사람에 나에게 연락할 리가 없는데 싶었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한국에서도 이런 SF가 나오나’하는 시민 반응이 달리는 등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 감독은 “새 작품을 할 때는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 “아이콘으로만 존재했던 ‘정이’라는 인물이 그 모든 것에서 해방되는 이야기로, 인간성이라는 것이 과연 인간만의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이’는 오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