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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드링크에 빠진 아이돌

조우영 기자I 2012.12.19 08:51:58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소녀시대, 2NE1, 엠블랙, 유키스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무대에 오르기 전 꼭 마셔줘야 해요. 날개 달아야죠.”

아이돌 그룹의 에너지 드링크 의존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드링크에는 카페인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과다 섭취하면 건강상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은 아랑곳없다.

음악 팬들 사이에는 소녀시대, 투애니원(2NE1), 유키스, 엠블랙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에너지 드링크 마니아로 잘 알려졌다. 이들뿐 아니다. 다수 가요 매니저들에 따르면 대부분 가수가 에너지 드링크를 습관적으로 복용한다.

일정에 쫓겨 절대적으로 잠이 부족한 연예인에게 각성 효과가 좋은 에너지 드링크는 필수 음료로 여겨진다. 격렬한 춤을 추는 가수와 무대 위서 열정을 불사르는 연주자에게 에너지 드링크는 ‘보약’이나 다름없다.

밴드 칵스(KOXX)의 보컬 이현송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몸에서 열이 난다. 적절한 흥분감이 무대 위서 신 나게 뛰어놀고, 음악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인 가수 백승헌도 “왠지 힘이 솟는 기분이다. 기력이 떨어졌을 때 에너지 드링크를 자주 마신다”고 말했다. 또한 체력 소모가 많은 일부 비보이들은 에너지 드링크를 아예 물처럼 대놓고 먹는다는 전언이다.

여러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 혹은 판매사들은 아이돌 그룹이 속한 연예기획사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협찬을 위해서다. 곧 국내에 정식 출시될 에너지 드링크 ‘M’ 마케팅 직원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에 무작정 몇 박스를 들이밀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쓴맛을 봤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돌그룹을 활용해 10대 소비자층부터 공략하겠다는 게 에너지 드링크 판매사의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한 소녀가 에너지 드링크 2캔을 마시고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사인은 카페인 중독으로 인한 심장 부정맥. 에너지 드링크가 ‘괴물’로 불리는 이유다. 많은 전문가들은 “에너지 드링크가 과하면 갖가지 부작용 등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카페인이 졸음을 가시게 하고 피로감을 덜게 하는 반면 수면장애·신경과민·위산 과다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은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정서장애를 야기하기도 한다.

문제는 식양청의 카페인 권장 섭취량(성인 기준 1일 400mg)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데다 소비자의 안전 의식 역시 부족하다는 점이다. 각 에너지 드링크 회사는 이를 이용해 ‘커피 두 잔만 마셔도 카페인 섭취량이 300mg인데 에너지 드링크는 그 5분의 1 수준’이라고 소비자를 현혹한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멋지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모습을 본 10대 청소년은 ‘커피보다 기왕이면 우리 오빠·누나가 마시는 음료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한 에너지 드링크는 TV 광고에서 ‘날개를 펼쳐줘요’라고 속삭인다. 노인은 회춘을 꿈꾸기도 한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는 “태생적으로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의 ‘날개’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Icarus)의 날개가 무엇이 다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인간 욕망의 무모함을 경계하는 교훈이다. 너무 높이 날면 날개가 태양에 녹아 추락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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