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압박과 정면충돌…연준 인사·권력 갈등 격화
파월의 잔류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본부 개보수 비용 문제를 계기로 파월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해 왔고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연준을 압박해 왔다. 수사는 최근 중단됐지만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개입 논란과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파월의 결정을 두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남는 것이다”고 조롱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연준 관행을 어긴 것은 파월”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이처럼 갈등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연준 인사와 권한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파월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백악관이 기대했던 공석이 사라지게 됐고 이는 연준 이사회 구성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확대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낳는다. 동시에 앞으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백악관의 입김을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이번 ‘잔류’는 연준 내부 권력 구조를 지키기 위한 방어이자 정치권에 맞서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금리보다 더 큰 변수 ‘분열’…워시 체제 시험대
정치권과의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도 균열이 드러났다. 이는 정책 판단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준의 전통적인 운영 방식인 ‘합의 체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날 FOMC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4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이견이 발생했다. 통상 연준이 정책 신호에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장면이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성명서 문구에 반대하며 완화 기대를 경계하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맞섰다. 같은 금리 동결 결정 아래에서도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한 해석이 크게 갈린 것이다.
이 같은 균열은 차기 의장인 케빈 워시에게 곧바로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과 관세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백악관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 내부는 이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워시는 그동안 “연준은 더 많은 토론과 충돌이 필요하다”고 밝혀왔지만 실제로는 이미 분열된 위원회 속에서 정책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장 중심’으로 운영되던 연준 구조가 약화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책 신호가 분산되면 시장 불확실성과 금리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의 핵심은 금리 결정이 아니라 정책 메시지를 둘러싼 이견이었다”며 “새 의장이 새로운 정책 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긴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