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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비상금에서 신사업 자금줄로..너도나도 PRS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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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서 기자I 2026.08.12 23: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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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드는 PRS]③
포스코·한화·SK, 계열사 지분 활용해 대규모 조달
재무 방어 넘어 신사업 투자·자산 효율화로 확장
차입금 증가 줄이지만 주가 하락 땐 정산 부담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허지은 기자] 주가수익스와프(Price Return Swap·PRS)가 업황 부진 기업의 유동성 확보 수단을 넘어 대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경영권과 주가 변동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 한화, SK 등 주요 대기업이 계열사의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PRS 거래를 잇달아 추진했다. PRS는 업황 악화로 인해 재무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반면 최근에는 대기업의 신사업 투자재원 마련, 보유자산 효율화 등 전략적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모양새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 등을 거래 상대방(금융회사)에게 넘기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계약 종료 시점의 가격 변동분을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하락하면 기업이 거래 상대방에게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상승하면 차익을 돌려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재무제표 부담을 줄이면서도 신속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포스코부터 한화·SK까지…계열사 지분으로 ‘실탄’ 확보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9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DX 지분을 활용한 PRS 거래로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식 3643만4963주(약 2조184억원), 포스코DX 주식 2338만5917주(약 4817억원) 를 각각 처분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3년 만기의 PRS 계약을 체결한다. 처분 예정일은 내달 7일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조달 자금을 지주회사 할인 해소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투자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해 자금을 마련하는 차원을 넘어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사례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태양광·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해외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PRS를 결합해 약 4005억원을 조달한다. 조달 자금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리치먼드밸리 지역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고려아연은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275MW·2200MWh 규모의 장주기 BESS를 구축할 계획이다. 공시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올해 10월 착공해 2029년 1월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 리치몬드 밸리 에너지 리저브 홀딩스(Richmond Valley Energy Reserve Holdings Pty Ltd)는 메리츠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지난 7월 고려아연은 해당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메리츠증권 측과 3년 만기의 PRS 계약을 별도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와 자산 효율화에 PRS를 활용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 한화오션 보통주 1328만1250주를 거래 상대방에게 양도하고 해당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1년 만기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이다. 한화솔루션도 미국 태양광 사업 자회사인 한화큐셀USA 지분을 활용해 약 4000억원을 조달했다.

㈜SK는 지난 2월 SK바이오팜 지분을 활용해 약 1조2500억원을 마련했다. SK바이오팜 보통주 1091만7028주를 기초자산으로 한국투자증권 등 5개 금융회사와 3년 만기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 조달 자금은 자회사 지원과 그룹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PRS 활용은 중견그룹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일진홀딩스는 지난 4월 일진전기 주식 약 116만주를 기초자산으로 약 1000억원 규모의 PRS 계약을 맺었다. 기준가격은 주당 8만6200원이며 계약 기간은 지난 5월 20일부터 1년이다.



업황 악화 ‘유동성 방패’에서 신사업 자금 조달 통로로

과거 PRS는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등 업황 부진 업종의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달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 지분을 활용해 6500억원을 조달했다. 에코프로는 같은 해 9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미래에셋증권 등 6개 증권사와 약 8000억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황 둔화와 투자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차입금 증가를 최소화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최근 들어 PRS의 활용 범위는 재무 방어를 넘어 신사업 투자와 자산 효율화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포스코, 한화, SK 등 대기업들이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신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자산을 재배치하는 수단으로 PRS를 활용하면서다.

실제로 PRS를 활용하면 기업은 보유 지분의 일부만 처분하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이나 회사채 발행에 따른 차입금 증가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거래 구조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 지표 관리에도 유리하다.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주가 하락이나 주주 반발을 피하는 우회 자금 조달 창구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PRS가 기업의 재무 부담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다. 재무제표상 차입금으로 직접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하락하면 기업이 거래 상대방에게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매각 형식을 빌린 기초자산 기반 자금조달의 일종이지만 실질적으로 매각 자산에 대한 주가 변동이라는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담보부 차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상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도 관리할 수 있어 PRS의 활용 범위와 조달 기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유상증자나 계열사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 어려워질수록 이 같은 조달 방식이 더욱 빈번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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