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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농업인 A는 오늘 딸기 재배 온실에 비료를 주기로 하고 사진을 찍어 클라우드 센터에 전송한다. 인공지능(AI)은 딸기 사진과 뿌리 정보, 과거 이력을 검토해 곧 영양 상태와 질병 정보를 파악한다. 필요한 비료의 종류와 양을 정해 직접 영양액을 공급한다.
미래에서나 봤을 법한 농사 방식이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의 이용범 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15일 오후 2~4시 전북 완주군 농진청 농업공학부에서 한국형 2세대 스마트팜 기술 시연회를 연다고 밝혔다.
스마트팜은 카메라나 센서, 급수·양액공급기 같은 자동화 설비와 이를 스마트폰 등과 연결하는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미래형 농업 방식이다. 이미 한국형 1세대 스마트팜은 시설원예(온실) 농가에 4010㏊(지난해 기준), 이와 비슷한 스마트 축사가 790호에 보급돼 있다. 온실은 40%, 축산 전업농은 3% 가량이 도입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2세대 스마트팜은 농장 현황을 측정하고 일부 원격제어 기능을 갖춘 1세대에 AI를 적용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세대 땐 농장주가 스마트패드 등으로 상황을 보고 온·습도를 조절하거나 물을 줬다면 2세대부터는 AI가 알아서 판단해 필요한 걸 한 뒤에 농장주는 이를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1세대 스마트팜 땐 농장주가 누적 정보를 직접 분석해 활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2세대부터는 AI가 본격적으로 분석하며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농진청은 2세대 도입으로 경험이 적은 청년농이나 ICT가 익숙지 않은 고령농도 스마트팜 기능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2세대 스마트팜엔 음성을 인식하는 ‘팜보이스’와 재배 전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을 돕는 ‘클라우드 플랫폼’ 등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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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2세대 기술을 상용화한다면 세계 최고 농업기술 강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프리바 시스템’과도 기술적으로 대등하거나 비교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리바 시스템은 150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가 있지만 AI가 직접 농사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 컨설팅을 위한 자료로서 활용하는 수준이다. 한국형으로 치면 1.5세대인 셈이다. 네덜란드도 2세대 기술을 상당 수준까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진청은 2016년 스마트팜 1세대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2세대, 2020년엔 3세대 스마트팜을 개발해 국내 도입을 늘리는 것은 물론 관련 기술을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3세대 땐 농업 로봇을 활용한 무인·자동화 기술도 추가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또 오는 2022년까지 국내 온실 스마트팜 규모를 1~3세대를 통틀어 7000㏊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실상 국내 온실 대부분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 축사 도입도 전체의 20%에 이르는 5750호까지 늘린다.
한국형 스마트팜 2세대의 실제 도입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농진청은 이날 시연회를 시작으로 토마토 온실에 도입해 기술 검증에 나선다. 정부는 이후 0.33헥타르(㏊) 이상 중·대형 온실을 타깃으로 보급에 나선다. 정부가 전국 네 곳에 조성중인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우선 도입한다. 설치 비용은 단위시스템당 500만~2000만원, 센서 등을 추가하면 1㏊ 기준 1500만~35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범 농진청 농과원장은 “농사 경험이 없는 젊은이나 귀농인, 정보통신기술(ICT)에 상대적으로 서툰 고령 농업인이 농업에 도전할 길이 열릴 것”이라며 “앞으로의 실증·작목확대 시험을 통해 우리 농업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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