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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 키워드는 ‘약자동행·친환경’

박태진 기자I 2022.11.14 23:58:34

尹 동남아 순방 동행…정상 배우자 프로그램 취소
연이틀 심장병 아동 지원활동…“마침내 생명 길 열려”
캄보디아 친환경 업체 방문…여성 일자리도 주목
발리서 환경운동가 자매 만나 “기후환경, 핵전쟁 만큼 중요”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프놈펜=송주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첫 동남아 순방을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로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이전 순방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약자와의 동행, 환경 관련 행보에 나서며 외교 무대를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 의료원을 다시 방문, 이영돈 헤브론 병원장과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한 아동의 치료를 논의한 뒤 십자가를 선물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캄보디아 방문 첫날(11일) 현지의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했다가 심장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14세 아동 ‘로타’의 사연을 접했고, 다음 날(12일) 로타의 자택을 찾아 위로했다. 이날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배우자들의 프로그램인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김 여사는 이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헤브론의료원은 한국인 의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현지 의료기관이다.

김 여사는 이어 13일 로타에 대한 치료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헤브론의료원을 재방문했다. 이날도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을 최소한 채 연일 현지 심장병 아동 지원에 나선 셈이다.

이영돈 병원장에 따르면 의료원 건립 초부터 후원해온 한 독지가가 김 여사와 로타가 만난 기사를 접한 뒤 ‘로타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송 비용 등을 후원하겠다는 연락도 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다행스럽게도 로타의 사연이 알려진 뒤 국내의 후원 문의가 쇄도하면서 김 여사 등은 ‘마침내 생명의 길이 열렸다’며 안도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의료진에게 “헤브론 의료원이 국내외에 더 많이 알려져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그 가정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 전체가 희망으로 밝아지게 될 것”이라며 “제가 이런 희망을 주는 일에 보탬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김 여사의 현지 활동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장식품처럼 활용한다는 주장과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봉사활동을 한 오드리 헵번 따라하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헤브론 의료원 재방문은 로타를 만난 뒤 지원 방안을 두고 걱정하는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이 제안해 이뤄졌다”며 “김 여사는 불가피하게 이날도 캄보디아 정부가 제공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또 ‘친환경’을 테마로 한 행보에도 나섰다. 지난 12일 프놈펜에서 폐(廢)어망 등을 활용해 가방·액세서리 등을 제조하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업체 ‘스마테리아’를 방문했다. 이 회사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자리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보육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김 여사는 직원들과 만나 “스마테리아의 의미가 ‘전환’이라고 하는데 친환경으로의 전환뿐 아니라 여성의 일자리, 워킹맘,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이날 회사를 찾았을 때 멘 가방도 가죽 리사이클링 가방이다.

김건희 여사가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 위치한 유스토피아(Youthtopia)를 방문,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 위즌 자매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여사의 친환경 행보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계속됐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 키워드 중 하나인 ‘녹색경제’와 보조를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비닐봉지 소비 반대’ 운동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 멜라티·이사벨 위즌 자매를 만났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들은 10대이던 2013년 발리에서 ‘바이바이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BBPB)이란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비닐봉지 소비 반대 운동을 펼쳐 주목받았으며, 지금도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김 여사에게 2018년 포럼 참석차 제주를 방문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당시 깨끗한 거리와 공공시설에 감명받았다. (한국인들의) 기후환경에 대한 교육과 의식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여사는 “핵전쟁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기후환경 문제”라며 “쓰레기로부터 발리를 구한 위즌 자매가 한국 젊은이들과 대화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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