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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적인 통치 스타일은 ‘만기친람’이다. A부터 Z까지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긴다. 국정의 모든 분야를 세세하게 살펴보다 보니 일부에서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혹평도 쏟아진다. 단적인 사례가 장관들의 복지부동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데 내가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시민 작가처럼 이 대통령의 통치를 직설 비판한 용기를 갖춘 장관들도 드물다. 아니다. 아예 없다.
취임 초 국민 환호에도 지지율 하락 이후 만기친람 비판 확산
이 대통령의 통치는 태종 이방원과 닮았다. 이방원은 무인 출신인 태조 이성계의 아들 중 유일하게 과거에 급제, 문무를 겸비했다. 소년공 출신의 이 대통령은 중앙대 법대 졸업 이후 2년 만에 사시를 패스했다. 불굴의 권력의지도 비슷하다. 이방원은 1·2차 왕자의 난을 거쳐 보위에 오른 것은 물론 통치 역시 ‘6조 직계제’라는 왕권강화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리스크에 따른 친문의 퇴진 요구에는 22대 총선 당시 ‘친명횡재 비명횡사’ 승부수로 기사회생했다. 윤석열정부의 정치보복과 지난 대선 직전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정치생명을 잃을 뻔 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취임 이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워커홀릭’ 대통령은 대단히 유능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민주당 출신 역대 대통령이었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과는 닮은 듯 달랐다. 변방의 비주류였지만 성남시장 재선과 경기지사를 거친 행정 능력은 ‘대통령 이재명’의 든든한 자산이었다. 6.3 지방선거 전후 지지율 60%대선까지는 ‘일잘러’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무회의 생중계도 심야와 새벽을 가리지 않은 SNS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SNS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었다.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를 거치며 친명 중심의 뉴이재명 세력과 친문·친청 중심의 전통적 지지층이라는 ‘한지붕두가족’ 체제가 됐다. 특히 주식시장 붕괴와 부동산정책 실패로 대통령 지지율은 체감상 반토막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의 참패는 기정사실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직면한 위기에 이 대통령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국무회의 생중계는 적잖은 논란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심야와 새벽을 가리지 않는 SNS는 더 잦아졌다. 게다가 5일 오후 9시에는 이 대통령의 유튜브 채널인 ‘대통령의 Y’까지 공개된다.
문제는 소통방식의 다변화가 아니라 메시지의 홍수와 즉흥성이다. 과거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쉽다”는 논란의 SNS에서 잘 알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잦은 SNS는 공직사회의 긴장도와 피로도를 증가시켜 “공직자가 더 열심히 일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이 대통령의 지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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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삼봉 정도전과 닮았다. 1차 왕자의 난 당시 비극적인 최후에도 정도전이 설계한 성리학적 이상 정치는 조선조 500년 동안 이어졌다. 유 작가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둔 장외 지식인이다. 다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를 거치며 오랜 기간 진보정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유 작가조차도 원래 현실 정치인이었다.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고 대권도전에도 나선 바 있다. 2013년 정계를 은퇴했지만 지식 소매상, 어용 지식인을 표방하면서 김어준과 더불어 진보 진영 최대 스피커로 활동해왔다. 애초 이 대통령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 및 21대 대선 정국에서 내란청산과 정권교체의 둘도 없는 동지였다. 다만 최근 관계는 확 틀어졌다. ‘포스트 이재명’을 둘러싼 시각 차이는 물론 ‘이재명의 민주당’을 원하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재명’을 원하는 유 작가의 갈등이다.
불편한 점은 유 작가의 독설이다. 과거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비판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는 명분과 논리의 정합성에도 발언 태도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논란으로 촉발된 여권의 분열 과정에서 유 작가는 △오만한 권력자 △왕정·귀족정 △필연적인 실패 등의 비판에 이어 이 대통령의 탄핵 또는 임기 중도하차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사실상 레드라인을 넘은 비판이다. 현직 대통령을 향한 무자비한 비판에도 신변의 문제가 없는 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사례지만 유 작가는 용감해도 너무 용감했다. 과도한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주목할 대목은 이재명 정부 장관들의 경우 신분상 제약 때문에 유 작가처럼 용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기친람 대통령이 모든 걸 다 알아서 하는데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은 물론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를 수시로 언급하기 때문에 끼어들 여지도 없다. 대통령의 가이드 라이을 잘 챙길 수 있는 눈치면 충분하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대부분 복지부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6.3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정부 2기 내각과 참모진의 성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 강훈식 전 비서실장, 김용범 전 정책실장 등 실세형 참모들이 물러난 이후 공석을 채운 건 전문가 또는 관료 스타일이다. 개국 공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생중계 때문에 국무위원들이 소신껏 발언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손실을 감수하고 하는 참모가 진짜 참모다.”
이 대통령은 과거 국무회의 생중계 축소론을 반박한 바 있다. 다만 현실적 적용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스개로 중국집 회식에서 부장님이 “난 짜장”이라고 외치는데 탕수육을 선택하는 간 큰 직원은 거의 없다. 강성 지지층이 지켜보는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의견에 대한 비판이나 반박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만일 이 대통령의 설명대로 계급장을 뗀 난상토론이 가능했다면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졸속 등장이 정말 가능했을까. 아무리 이 대통령이 직언을 권유한다 한들 현 정부 장관과 참모들이 모두 유 작가처럼 용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정할 수 있다면 통치 스타일의 변화도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