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승(사진) 한국증권학회장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가입하고도 주주대표소송 사례가 매우 적다. 물밑에서 기업과 소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활동만 놓고 보면 기대보다 많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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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학회장은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 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의결권 행사는 기업과 산업, 지배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할 인력과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원회를 뒷받침할 충분한 정보와 분석 역량이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법률·지배구조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위원회 구성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주주대표소송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식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의 부재가 지적되기도 한다. 나 학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보안을 요구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이 맞다”며 “주주가 회사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어야 권리 행사도 실효성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일반 주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국내 시장에서 행동주의와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데 대해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주체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는 “지배주주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외부에서 더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견제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과 지배주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역사가 짧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2008~2009년 무렵 ‘액티비즘’(activism)이라 불리는 행동주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헤지펀드가 액티비즘의 핵심 주체다. 나 학회장은 “우리나라의 ‘5% 룰’처럼 미국의 경우 5% 이상 지분을 취득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 공시를 해야 한다. 연구를 보면 헤지펀드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 관여 의사를 공시할 때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동주의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상당히 축적돼 있다. 한국에서도 행동주의가 활성화된다면 일정 부분 비슷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