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한 여성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한 남자를 바라본다. 그런데 몇 초가 지나고 몇 분이 흘러도 시선은 떨어질 줄 모른다. 눈앞의 여자는 분명 웃고 있는데 보고 있는 사람은 숨이 막힌다. ‘옵세션’은 그렇게 사랑이라는 가장 익숙한 감정을 가장 기분 나쁜 공포로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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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제대로 미친 영화다. 이야기도, 연기도, 무엇보다 이를 밀어붙이는 패기가 그렇다. ‘누군가 나를 가장 사랑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끝에서 사랑은 소유욕이 되고, 소유욕은 폭력이 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무서운 건 ‘옵세션’이 귀신이나 점프 스케어(깜짝 놀라게 하는 것)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더 섬뜩하다. 대낮에 니키가 초점 나간 눈으로 베어를 가만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카메라는 성급하게 도망가지 않는다. 롱테이크로 불편함을 충분히 쌓고, 느릿하게 다가오는 카메라와 니키의 미세한 표정 변화로 숨통을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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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는 인디 네버레티가 있다. ‘호러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사랑에 빠진 얼굴과 무언가 단단히 고장 난 얼굴 사이를 순식간에 오간다. 방금 전까지 사랑스럽게 웃던 사람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것만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격렬하게 폭발할 때보다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을 때 오히려 더 무섭다.
마이클 존스턴의 절제된 연기도 영리하다. 베어는 니키와 함께 폭주하기보다 관객의 시선에서 눈앞의 광기를 목격한다. 존스턴이 한발 물러서 있기 때문에 네버레티의 연기는 더욱 강렬해진다. 동시에 이 모든 파국이 결국 베어 자신의 욕망에서 시작됐다는 씁쓸함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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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 바커는 익숙한 공포 공식을 답습하는 대신 사랑과 웃음, 불쾌함과 폭력을 과감하게 뒤섞는다. 귀신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 없이도 사람의 눈빛과 표정만으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백룸’의 케인 파슨스와 함께 유튜브에서 성장한 젊은 창작자들이 새로운 호러 문법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니키의 눈빛은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귀신보다 사람이, 비명보다 미소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 ‘옵세션’은 그 단순한 사실을 108분 동안 집요하게 증명한다. 커리 바커 감독 연출. 러닝타임 108분. 9월 2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