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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연좌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 유산의 혜택을 누린 후손이라는 점에서 친일파 재산 환수는 다른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올해 4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임선준의 후손을 상대로 제기한 친일 재산 매각대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고 밝혔다.
1919년 2월 21일 사망한 임선준은 고종의 강제 퇴위와 한일신협약(정미7조약) 체결에 적극 협력해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인물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그가 친일 활동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을 서훈 받은 데 대해 ‘친일반민족행위’라는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는 임선준의 후손 A씨가 상속받은 여주시 소재 8필지가 지난 1993~2000년 사이 매각된 사실을 확인하고, 올해 1월 A씨를 상대로 매각대금 약 5300만 원에 대한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3조에 따르면 국권 침탈이 시작된 러·일 전쟁 개전 시부터 광복 시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당시 법무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의 소멸시효 주장은 권리남용’이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소를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아낸 첫 사례”라고 밝혔다.
환수한 친일토지의 매각대금과 부당이득금 환수액은 재산귀속법과 독립유공자법에 따라 독립유공자 지원 및 유족 지원, 독립운동 관련 문헌 발간, 독립유공자 묘소 관리, 광복회관 관리 등에 쓰인다.
그러나 친일 재산 환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여겨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나라재정절약 간담회’에서 “친일파 재산 1500억 원이 아직 환수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에 “별도로 챙겨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6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공포된 뒤, 이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을 조사·환수하여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본보기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2006년 설치된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4년으로 한정돼 2010년 해산된 이후 새로운 친일 재산을 찾아낼 법적 기구가 없다는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마련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위원회 출범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16년 만에 친일파 재산 조사와 환수가 가능하게 됐다.
법안에는 친일파 후손들이 관련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그 처분의 대가까지 환수 대상으로 명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친일 재산을 적발해 신고한 사람 등에 대한 포상금 규정 역시 신설했다.
하 씨의 증조부인 안상호는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가 1902년 도쿄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조선왕조실록과 한국의사학회지 등에는 안상호가 촉탁의(외부 의료진)와 전의 촉탁(외부 주치의)으로 순종과 고종의 건강을 돌봤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안상호가 대표적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에서 매국노 이완용과 함께 활동했고, 조선총독부 기관지를 통해 자신이 사실상 일본이라며 내선일체 선전에도 앞장선 것으로 드러났다.
1919년 고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독살설이 제기됐을 때 왕의 진료를 맡았던 안상호에게 의심과 분노가 뒤따른 것 역시 이러한 삶이 의혹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안상호의 친일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그의 유산이 현행 특별법상 국가 환수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