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대상이 되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부부합산 기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해당 주택을 타인에게 임대한 상태에서 본인과 배우자 모두 실제 거주한 이력이 없어야 한다. 본인이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에게 임대한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세입자 보증금을 주택 매입자금으로 활용해 아파트를 구입한 뒤 본인은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거주하는 이른바 ‘갭투자형 전세살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약 6만건, 9조3000억원 규모다. 다만 금융위는 이 중 실제 거주 이력이 없는 차주를 가려낼 수 없어 정확한 규제 대상 규모는 산출하지 못했다.
문제는 실거주 기간에 별도 하한선이 없다는 점이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하루라도 실제로 거주한 이력이 확인되면 이후 다른 곳에서 전세대출을 받더라도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살던 집에서 직장 이전이나 부모 봉양 등의 이유로 이사한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하루만 거주한 뒤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윤덕기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추가 브리핑에서 “은행은 하루라도 실거주한 내용이 확인되면 전세대출을 취급하면 된다”며 “은행원이 위장전입 여부까지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인에게 하루만 전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도 있지만 법적 위험은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며 “그 정도까지 규제를 회피하려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전입신고만으로 실제 거주가 인정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은행이 적극적인 현장 조사까지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규제를 엄격하게 설계할 경우 선의의 차주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비거주 사유가 직장 이전이나 부모 봉양, 질병, 부부 갈등 등 개인마다 달라 이를 일률적으로 열거하거나 심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사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나지 않아 입주하지 못했거나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전세대출을 갚기 어려운 경우에는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 갑작스러운 근무지 변경 등 불가피한 사정도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가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 판단이 어려운 사례는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관련 판단을 금융권과 공유한다.
윤 팀장은 “세법과 달리 금융규제는 대출을 회수하면 차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애매한 사람까지 규제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했다”며 “이번 조치는 비거주 1주택자를 징벌적으로 잡기 위한 규제라기보다 1주택자에 대한 공적 전세대출 보증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내년부터 수도권·규제지역은 80%에서 70%, 그 밖의 지역은 90%에서 80%로 낮아진다. 무주택자의 보증비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결국 정부가 투기 목적 차주를 정밀하게 가려내기보다 선의의 피해를 줄이는 쪽을 택하면서 규제의 문턱은 예상보다 낮아졌다. 하루 실거주 여부를 어떤 자료로 확인할지, 가족 간 형식적인 임대차나 위장전입을 어떻게 걸러낼지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제 투기 차단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