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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투병한 55세 여성, 장기기증으로 3명 살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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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I 2026.10.07 22: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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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5년간 난치병으로 투병해온 50대 여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서 구진희(55)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했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구씨는 지난달 12일 딸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뒤 뇌출혈로 쓰러졌다.

현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후 국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구씨는 생전 가족들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시신을 기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남편 김기선씨는 “평소 아내와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을 하면 좋은 일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딸들도 아내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구씨는 1994년 남편과 결혼해 두 딸을 뒀다. 2001년 임신 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은 뒤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25년간 입원과 치료를 반복했다.

오랜 투병 생활 속에서도 구씨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지냈다. 2015년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부산으로 이주한 뒤에는 남편 회사의 신앙 모임에서 활동하며 직원과 가족들을 도왔다. 어린 자녀를 대신 돌봐주거나 신입 직원의 회사 적응을 돕기도 했으며 캄보디아와 몽골 등에서 해외 봉사활동도 했다.

몸 상태가 좋아질 때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을 즐겼다. 항공사 기장인 남편은 여행하는 동안 아픔을 잊고 즐거워하는 아내를 위해 자주 여행 기회를 마련했고, 가족들은 많게는 1년에 서너 차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마지막 여행이 된 베트남에서 구씨는 쓰러지기 전날 작은딸 지원씨에게 “엄마가 힘들어도 이거 보여주려고 같이 왔다”라고 말했다.

구씨는 지난 8월 큰딸 지수씨가 낳은 첫 손주를 품에 안았고, 내년 결혼을 앞둔 작은딸 지원씨와는 결혼 준비도 함께 해왔다.

남편 김씨는 아내에게 “여보, 당신을 만난 지 33년,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 잘 간직할게.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걱정 말고 편히 쉬어. 사랑하고 너무 고마웠어. 안녕”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큰딸 지수씨는 “앞으로도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엄마의 가치관을 이어가겠다”라고 했고, 작은딸 지원씨는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행복했다”며 어머니를 떠나보낸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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