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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환율·자산가치 급락…3중 덫에 걸린 해외 부동산 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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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 기자I 2026.04.28 21:15:04

[구조적 덫 빠진 해외리츠]①
공실 고착화·자산가치 급락…LTV 위반·캐시트랩 직격
강달러 장기화…배당 방어막 환헤지, 현금 뇌관으로 전락
우량 자산 매각·생존형 증자…포트폴리오 훼손·배드뱅크 우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빚을 갚지 못해 회생을 신청하자 자본시장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저금리 시기 몸집을 불린 해외부동산 리츠(REITs)의 구조적 취약성이 자산가치 하락, 고금리, 고환율과 맞물리면서 한꺼번에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28일 MSCI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4.7% 하락했다. 2022년 6월 기록한 고점 대비 15% 떨어진 것이다. 특히 유럽 지역 가격 하락이 가팔랐다. 런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년 반만에 35% 주저앉았고 베를린 등 독일 주요 도시 8곳의 가격은 33% 급락했다.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 전경 일부. (사진=제이알글로벌리츠)


이로 인해 과거 해외 부동산을 편입한 리츠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담보력이 약해지면 담보인정비율(LTV) 약정 위반이 발생하고, 임대료 수익마저 채무 상환에 묶이는 캐시트랩(자금동결)이 발동되면서 투자자 배당길은 완전히 막히게 된다. 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진행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대표적 사례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전날 400억원의 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KB스타리츠도 LTV 방어를 위해 대출금 조기상환을 통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1400원대를 웃도는 강달러 장기화는 유동성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과거 환율 변동으로부터 배당을 지키기 위해 맺은 환헷지(Hedge·위험회피) 계약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왔다. 고환율이 고착화되면서 금융기관에 막대한 차액을 현금으로 물어내야 하는 마진콜 성격의 채무로 돌변한 탓이다. 현지 대주단의 경직된 대출 조건에 묶여 운용사가 헷지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조차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사방이 막힌 리츠들은 알짜 자산 매각과 빚 갚기용 ‘생존형 유상증자’라는 고육지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익을 떠받치던 우량 자산이 먼저 빠져나가고 공실 부담이 큰 열위 자산만 남는 ‘배드뱅크(Bad Bank)’로의 전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거세다.

대규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 희석과 배당금 감소를 기계적으로 초래한다. 채권자의 원리금은 보전되는 반면 그 피해는 공모 리츠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이중고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땜질 처방을 넘어 리츠 시장 전반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사채로 지탱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는 ‘듀레이션 매칭(Duration Matching)’을 강화하고, 과도한 레버리지와 경직적인 대출 약정(LTV 스텝다운 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재편해야만 해외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는 개별 리츠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외부 충격을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이 떠안는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량 자산부터 빠져나가고 부실 자산만 남는 상황이 반복되면 리츠 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단기 유동성 대응에 급급할 게 아니라 핵심자산과 리츠의 자본 구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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