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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 번째 장벽은 ‘준회원국’이라는 지위 자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U에는 준회원국에 대한 법적 정의나 선례가 없다. 일부 회원국에서는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독일은 캐나다와의 관계 강화에는 찬성하면서도 준회원국이라는 명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니 총리 역시 유럽의회 연설에서 준회원국 지위를 직접 요구하지 않은 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구상에 대해 “캐나다는 이러한 야심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음 달 29~30일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관계 설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배리 애플턴 윌프리드로리에대 겸임교수는 “캐나다가 존재하지 않는 지위를 제안받았다”며 EU 내부 합의뿐 아니라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이 나뉘어 있는 캐나다의 헌법 구조도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가 유럽경제지역(EEA)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20년 넘게 협상이 이어졌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두 번째는 안보의 현실이다. 카니 정부는 미국에 대한 국방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 아래 지난 지난 7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대 12척의 잠수함 도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캐나다는 이번 주 영국 주도의 신속대응 군사협력체 가입도 신청했다.
하지만 캐나다와 미국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를 비롯한 대륙 방위체계와 정보망으로 깊숙이 연결돼 있다. 필립 라가세 칼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캐나다가 미국과의 군사·정보 관계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리적 여건상 유사시에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과의 안보협력에 대해 “유럽에서 함대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 장벽은 경제적 이해관계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EU가 캐나다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에 그치는 반면 캐나다 수출의 약 70%는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과의 경제적 결합을 단기간에 유럽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다.
양측 사이에도 해묵은 통상 갈등이 남아 있다. EU는 캐나다가 통신과 유제품 시장을 충분히 개방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반대로 캐나다 농업계는 EU의 규제로 육류 수출이 사실상 차단되고 있고 파스타 등에 쓰이는 듀럼밀 등에도 보호주의적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 잠정 발효한 EU·캐나다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조차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0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EU와의 밀착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는 카니 정부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와 EU가 방위산업부터 핵심광물·AI·에너지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면 미국 의존도를 일부 낮추는 동시에 협상력도 높일 수 있어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이번 구상이 특정 국가에 맞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양측의 공동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장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경제·안보 축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디야 장 맥길대 연구원은 EU와의 관계 강화가 미국과의 갈등에서 오는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관계를 협상하는 과정은 EU 측의 합의뿐 아니라 캐나다 각 주의 동의도 필요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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