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타락의 극치”…한강 작가 ‘목사 삼촌’ 공개편지

김형일 기자I 2024.11.13 17:17:16

한충원 목사 "한쪽의 관점으로 평하는 건 위험"
"노벨상 수상…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한강 작가의 삼촌 한충원 목사가 공개편지를 통해 소설 채식주의자를 ‘타락의 극치’라고 표현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왼쪽)와 한충원 목사.(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한 목사는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채식주의자를 언급하며 “형부와 처제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아무리 작품의 구성상 필수적이고 극히 일부인 내용이라 해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고 쏘아붙였다.

또 “상황 논리로 패륜적인 것이 정당화되면 근친상간, 수간, 인육 먹는 행위도 미화될 수 있다”며 “그것은 타락의 극치다. 그런 작가는 인류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길 포기한 사람으로 지탄받을 만하다”고 적었다.

특히 한 목사는 제주 4.3 사건과 한국 전쟁을 이념 대립의 비극적 산물, 5.18 민주화운동을 독재정권 재탄생에 반대하다 확대된 비극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이와 관련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쪽의 관점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이제는 문학 작가도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정치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공평한 자세로 써야 한다”며 “과거의 상처를 헤집지 말고 양쪽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고 썼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 작가의 저서 ‘소년이 온다’에 대해선 “조카는 마치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해 살 만한 나라가 아닌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작품을 몇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대중 선생이 한국에 없었다면 5.18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화를 염원한 시민의식에서 기인했다고 하지만 원인을 한두 가지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5.18은 불의하고 야만적인 정권 탈취자에 대한 의로운 항거였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하나님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5.18은 명예가 회복되고 피해가 보상됐다”고 덧붙였다.

한 목사는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선 “수상 소식을 듣고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 기쁨에 앞서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과 걱정에 빠졌다”며 “노벨상 수상으로 형님(한 작가의 부친) 집안이 하나님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와 단절된 상태다. 그는 “조카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전혀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편지를 보내게 됐다”며 “조카의 작품에 대한 논란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조카의 향후 작품 활동을 제안하고 싶다”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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