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 논란’ 두산로보, 운전자본 부담에 현금흐름 둔화 뚜렷

이건엄 기자I 2024.11.13 19:15:48

[마켓인]
두산로보, 영업현금흐름 251억 순유출
원인은 적자 따른 운전자본부담 증가
매출채권·재고자산 회전율 둔화 뚜렷
고평가 지적에 밥캣 합병 계획 차질 우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두산밥캣(241560)과 합병에 앞서 흑자전환이 절실했던 두산로보틱스(454910)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현금흐름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로보틱스의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 확대되는 과정에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회전율이 둔화한 것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두산로보틱스 가치에 대한 과대평가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 본사 전경. (사진=두산)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51억원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같은 현금유출 규모는 전년 동기 10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두산로보틱스의 3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누계기준 208억원으로 같은 기간 138억원 대비 50.7% 확대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제품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뜻한다. 즉 두산로보틱스는 영업활동 과정에서 지출이 수입을 크게 상회하는 등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속된 적자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확대 영향이 크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운전자본에 포함되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제때 현금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평균매출채권은 269억원으로 전년 말 168억원 대비 6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환산매출로 계산한 매출채권 회전율은 3.3회에서 1.7회로 1.5회 하락했고, 이 영향으로 회전일수도 112일에서 211일로 99일 늘어났다.

매출채권은 외상매출과 받을 어음 등 외상 판매대금을 뜻한다. 회계상 외상으로 판매한 제품은 사실상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매출로 인식된다. 매출채권회전율은 매출채권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인 매출로 몇 번이나 전환됐는지는 보여주는 수치다. 또 매출채권회수기간은 외상 판매대금 등이 매출로 잡히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여준다.

두산로보틱스의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데 차질을 빚으면서 운전자본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평균재고자산은 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131억원 대비 2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환산매출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재고자산 회전율은 3회에서 2회로 감소했고, 회전일수는 120일에서 179일로 59일 늘어났다. 즉 두산로보틱스는 재고자산을 처분하는데 179일이 걸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과대평가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의 합병 비율을 두고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15년 출범 이후 단 한 분기도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9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두산로보틱스는 전날 오후 두산밥캣 합병 관련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첫 신고서 제출 이후 6번째 정정이다. 두산그룹은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다음달 12일 임시주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신고서의 효력 발생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7영업일인 점을 고려하면 오는 28일까지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돼야 한다. 두산그룹은 금감원으로부터 두 차례 신고서 정정을 요구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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