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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골부터 엄지성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반 7분 김지수가 후방에서 공을 길게 넘기자 엄지성은 카타르 수비수 뒤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공을 안정적으로 잡은 뒤 각도가 좁은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왼발 슈팅으로 골문 반대편을 뚫었다.
13분 뒤에는 상대 실수를 득점으로 바꿨다. 카타르 수비진이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자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잡아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이날 활약의 정점을 찍었다. 이승원의 패스를 받은 뒤 수비수를 따돌리고 강한 오른발 슈팅을 꽂았다. 왼발과 오른발, 침투와 압박을 모두 활용해 만든 해트트릭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손흥민, 2022 항저우 대회 이강인처럼 팀을 이끌 간판스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AFC U-23 아시안컵 4위와 지난 6월 평가전 부진까지 겹치면서 대회 4연패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엄지성은 이날 전반전 활약 만으로 이런 불안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
광주FC에서 성장한 엄지성은 2024년 잉글랜드 챔피언십 스완지시티로 이적했다. 유럽 진출 뒤 두 시즌 동안 리그에서 5골을 넣었던 그는 올 시즌에는 6경기 만에 2골 2도움을 올리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과감한 돌파와 왕성한 움직임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엄지성이 달고 있는 등번호는 7번이다. 항저우 대회에서 8골을 몰아쳐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정우영이 달았던 번호다. 큰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막힌 경기를 개인 능력으로 풀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3년 전 정우영이 맡았던 역할을 이번에는 엄지성이 이어받을 가능성을 보였다.
한국은 22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르지만 진짜 승부는 토너먼트부터다. 카타르전 한 경기로 금메달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엄지성이 공을 믿고 맡길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