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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미 간 판단의 차이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실제 대미 투자 집행과정에서 한국이 보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3~4중 대미 투자 안전장치로 日과 차별화
대통령실이 발표한 이번 관세협상의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특징은 한국에 불리할 수 있는 이른바 ‘독소조항’에 대비했다는 점이다. 9월 초 서명한 미일 합의에서 일본이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사실상 ‘백지수표’처럼 합의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리스크를 최소화할 안전장치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관세 합의문 제1조에 투자 결정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고려한다는 문구를 담기로 한 점이 이 같은 안전장치 중 하나로 손꼽힌다. 미국 측이 투자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추진하려 할 때 한국 측의 반대 근거를 명확히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년 내 원리금 전액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투자한 사업의 적자가 지속하면 5대 5인 수익 배분 비율을 9대 1 등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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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합의에 포함했다. 투자 프로젝트를 결정하게 될 투자위원회 내 한국 측 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투자위원회는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이며 일본의 경우 투자위원회 산하 격인 자문위원회에만 자국의 인사가 참여하도록 합의했다.
이달 중 절차 마무리하고 대미투자 준비
30일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정상 간 합의를 토대로 미 당국과 한미 관세협상 합의문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문구 대부분은 완료됐으나 안보를 아우르는 패키지 협상 문구를 다듬는 데까지는 1~2일 더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완성된 합의문에 서명하는 대로 이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패키지 관련 기금 설치 등을 위한 특별법 등도 제정해야 한다.
유럽연합(EU)가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달의 1일부터 자동차 관세가 인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역시 이 같은 방식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안의 국회 제출이 현재 25%인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는 시기를 결정하는 만큼 정부는 11월 내 모든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나 과제는 남아 있다. 세부적인 합의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미 관세협상을 타결한 다음 날인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 정부의 발표와 상반되는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다.
정부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 한국이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을 약속받았다고 했으나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썼다. 또한 정부는 농산물 추가 개방 역시 없었다고 밝혔으나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시장을 100% 개방했다’고 했다.
정부가 마련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러트닉 장관이 SNS를 통해 한국이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단기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자원개발 사업 특성상 한국이 ‘상업적 합리성’을 이유로 투자를 거부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종 결정의 주체는 어쨋든 미국이고 미국은 자국 경제안보 전략에 필요한 산업에 투자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대미투자 과정에서 한국이 실질적 영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협의 구조를 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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