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심형 리테일…종로 직장인 점심·모임 수요 흡수
F&B 비중 90%, 미식 중심 ‘머무는 리테일’ 재구성
정용진式 상권 맞춤 전략…파주 ‘빌리지’와 투트랙 확장
신세계프라퍼티 “도심 일상 잇는 복합 거점 될 것”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유리천장을 통과한 햇살이 복도 바닥을 따라 길게 번졌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지하 1층은 순식간에 직장인들로 붐볐다. 회전초밥집 ‘하우스 오브 갓덴’과 일식 가정식 ‘돈돈정’ 앞엔 줄이 길게 늘었고, 싱가포르 화덕요리 ‘원디그리노스’와 쌀국수집 ‘깐깐’ 앞에서도 대기표를 든 손님들이 몰렸다. ‘벤슨’ 아이스크림과 ‘더정 우롱티’를 들고 나서는 이들도 눈에 띈다. 29일 찾은 이곳은 전날 문을 연 신세계프라퍼티의 도심형 리테일 모델인 ‘스타필드 애비뉴’ 1호점이다.
 | |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이 지난 28일 정식 오픈했다.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 오픈 첫날 점심 시간 풍경. (사진=신세계프라퍼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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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복판 ‘스타필드식 미식 거리’스타필드 애비뉴는 서울 종로 종각역과 연결된 초고층 오피스빌딩 ‘그랑서울’ 상업시설을 리뉴얼한 공간이다. 지하 1~4층에 42개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연면적 약 1900평 중 90% 이상이 식음료(F&B) 업종이다. 신세계 이마트(139480) 계열 부동산 개발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해부터 위탁 운영 중이다. 교외형 복합몰로 출발한 스타필드가 광화문 중심업무지구로 진입한 것은 처음으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강조해온 ‘머무는 리테일’ 전략이 사대문 상권에서도 통할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층별 구성은 마치 스타필드의 축소판과 같다. 식음·휴식·교류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지하 1층은 점심 유동 인구를 겨냥한 푸드존으로 하우스 오브 갓덴, 원디그리노스, 깐깐 뿐 아니라 태국 정통 레스토랑 ‘크루아타이 커진’도 입점했다. 한쪽엔 벤슨 아이스크림과 더정 우롱티 프로젝트 등 디저트 브랜드가 나란히 서 있어 식사 후 테이크아웃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 내부 테라스 등 휴식 공간도 이전보다 넓어졌다. (사진=신세계프라퍼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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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층은 과거 이곳 피맛골의 정체성을 재해석한 K푸드 공간이다. 성수 한식당 ‘금금’과 전통 한식명가 ‘여여재’가 장류 기반 메뉴를 내고, 카페 ‘스탠다드번’,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루브르 바게트’는 직장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이곳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종각에서 브랜드별로 구성된 식사 공간은 처음 본다”며 “한 건물에서 여러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2층은 ‘소셜 다이닝 라운지’로 식사·업무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신현도 셰프의 이자카야 ‘히카리모노’, 프라이빗룸이 있는 한우 전문점 ‘우하나’, 도심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피어커피’ 등이 대표 브랜드다. 점심 이후엔 노트북을 펴고 머무는 직장인도 눈에 들어왔다. 4층은 프리미엄 다이닝존으로, 미쉐린 2스타 ‘주옥’ 출신 이종욱 셰프의 스테이크하우스 ‘마치’를 비롯 ‘암소서울’, ‘콘피에르 셀렉션’ 등이 순차 개점 중이다. 한 직장인은 “공간이 호텔 수준이고 좌석 간격이 넓어 식사 후 쉬기 좋다”고 했다.
 | | 지하 1층 식음존 전경. 회전초밥 ‘하우스 오브 갓덴’, 중식당 ‘원디그리노스’, 디저트 브랜드 ‘벤슨’ 등 인기 매장 앞에 직장인들의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신세계프라퍼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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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따라 진화하는 신세계式 복합몰 전략전반적으로 이전 그랑서울 상업시설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전체 동선이 넓어지고, 매장 간 간격도 여유로워졌다. 밝은 조명과 따뜻한 톤의 인테리어로 공간 분위기 역시 한층 세련돼졌다. 종로 직장인들이 굳이 강남으로 가지 않아도 회식·모임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상권 수준이 높아진 셈이다. 물론 평일 중심 상권인 만큼 주말 유동 인구 확보는 향후 운영의 변수로 꼽힌다.
 | | 점심시간 직전 붐비는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 내부. ‘성산옥’, ‘하우스 오브 갓덴’ 등 식당 앞에 줄을 선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신세계프라퍼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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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애비뉴는 스타필드의 도심형 파생 모델이다. 2016년 하남점을 시작으로 고양·안성·수원 등 수도권 교외에 대형몰을 세워온 스타필드는 이후 ‘스타필드 시티’, ‘스타필드 마켓’, ‘스타필드 빌리지’ 등으로 브랜드를 세분화하며 출점 전략을 넓혀왔다. 이번 스타필드 애비뉴는 오피스 밀집 지역을 겨냥한 첫 시도로 초기 설계 단계부터 도심 소비층의 생활 동선을 반영한 신(新) 모델로 평가된다.
이런 행보는 정 회장의 ‘상권 맞춤형 출점’ 전략과 맞닿아 있다. 교외형 메가몰 중심에서 벗어나 입지와 상권 특성에 따라 도심형·복합형 등 다양한 모델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오는 11월 파주 운정에 근린형 라이프스타일몰 ‘스타필드 빌리지’가 개점한다. 이번 스타필드 애비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향후 주요 도심 상권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은 리테일과 다이닝, 그리고 도시의 일상을 잇는 새로운 거점”이라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다 품격 있고 여유롭게 완성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안하고, 향후 입지별 맞춤 전략으로 도심형 복합상권 개발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