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을 수개월째 미루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승인 보류가 장기화하면서 대만이 양국 간 ‘협상 카드’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공식적으로 대만 정책을 바꾸지 않더라도 안보 지원을 계속 미루면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관계와 아시아 안보 분야의 석학인 앨런 칼슨(Allen Carlson) 코넬대 정부학과 부교수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140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패키지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준비돼 있었으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만 기다리는 상태다”며 “무기 판매 지연이 충분히 길어지면 누구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더라도 그 지연 자체가 하나의 명시적인 정책이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지만, 후속 물량인 이번 140억 달러 패키지는 지난봄부터 책상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특히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회담 직후 무기 판매 보류를 직접 협상 카드로 언급한 바 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승인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칼슨 교수는 “대만이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안보 파트너라기보다 미·중 협상의 지렛대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설명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치 매코널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중진 의원들은 지난 23일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무기 판매 승인 보류와 군사 자금 지원 지연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칼슨 교수는 공식적인 정책과 실제 이행 사이의 틈새를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한국 안보에도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칼슨 교수는 “핵심은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조차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다룬다는 점”이라며 “이는 미국이 과연 파트너로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이 문제는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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