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글로벌 장기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5.304%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고점(5.303%)을 넘어선 것으로, 2002년 5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년물 국채금리 역시 5.6%대 위로 올라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를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3.7%)를 크게 밑돌았다.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근원 PCE(에너지와 식품 제외) 상승률 역시 3.0%로 예상치(3.3%)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10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이번 주 초 70%대에서 지표 발표 직후 35%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통상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지면, 투자자들은 선제적으로 채권을 매수해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준의 정책 신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하방 압력이 국채 가격을 끌어내렸다. 우선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연율 2.2%로 종전(1.5%)보다 대폭 상향 조정되는 등 탄탄한 펀더멘털이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를 줄였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2%)를 웃도는 가운데, 지난달 단행된 금리 인상의 여파도 남아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막대한 공급’이 촉발한 수급 붕괴다. 40조달러(약 5경4300조원)를 돌파한 미국 국가부채와 연간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재정적자 우려가 마침내 국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투자가 절실해진 알파벳, 메타, 아마존, 오라클 등 빅테크 4개사가 지난해 초부터 3000억 달러(약 407조원)가 넘는 회사채를 쏟아내며 시장의 매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국채로 향해야 할 수요가 우량 회사채로 분산되면서, 미 재무부 역시 국채 매각을 위해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얹어줄 수밖에 없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대가로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0년물 기간 프리미엄은 불과 나흘 만에 0.08%포인트 급등하며 1.02%를 기록, 단숨에 1% 선을 훌쩍 넘겼다.
수급 붕괴에 따른 금리 급등은 기계적인 ‘매도 악순환’까지 불러왔다. 국채금리가 특정 저항선을 뚫고 오르자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대형 펀드들이 의무적으로 보유 국채를 내다 팔아야 했고, 이 강제 매도 물량이 다시 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바닥을 확인하려는 저가 매수세조차 실종된 상태라 이러한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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