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선박 자율운항, 선택 아닌 필수…탄소세 본격화 땐 도입 불가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박민웅 기자I 2026.07.03 22:24:52

[만났습니다①]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2032년 이후 레벨3 자율운항 시대 전망
연료 최대 5% 절감…탄소세 대응 효과
"정부, 대기업 주도 혁신 환경 만들어야"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가 지난달 2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가 지난달 2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선박 자율운항은 미래 기술을 넘어 조선·해운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와 자율운항 국제기준이 본격 도입되면 연료 절감과 안전성 향상을 위한 핵심 운항 인프라로 전환할 것입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선박 자율운항을 선택적 투자로 보는 선사도 있지만 탄소 규제가 발효되고 탄소세가 본격화되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IMO 규제도 이런 흐름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커스는 HD현대가 2021년 설립한 자율운항 전문기업이다. 임 대표는 2020년 HD현대에 합류해 그룹의 자율운항 연구를 총괄하며 인지·판단·제어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약 2~3년간 연구 끝에 자율운항 보조시스템 ‘하이나스’(HiNAS)를 개발했고, 이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 아비커스를 스핀오프 형태로 출범시켰다. 현재 아비커스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항로 계획부터 최적 속도 제어, 장애물 인지, 충돌 회피 등을 수행하는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임 대표는 한국이 자율운항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와 경쟁력 있는 해운사, AI 기술과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며 “자율운항은 아직 절대적인 강자가 없는 시장인 만큼 지금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3~5년은 국제 표준과 시장 질서가 만들어지는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향후 10~20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운항 기술 수준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

△선박 자율운항은 대략 2010년쯤 시작했다. 자동차보다 10년 정도 늦었다. 현재는 레벨2 수준으로 보면 된다. 시스템이 인지·판단·제어를 수행하지만,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 완전 자율운항을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보험, 법·제도,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제 항해를 하는 만큼 국가별 법률이 아니라 IMO 차원의 규정이 필요하다. 올해 비강제 국제안전코드(MASS CODE)가 채택됐고, 2030년 강제 코드 채택, 2032년 발효가 예정돼 있다. 완전한 자율운항은 기술 신뢰성 확보와 검증 체계 구축까지 고려하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사진=HD현대)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사진=HD현대)
-자율운항은 어떤 장점이 있나

△자율운항 선박에는 안전, 편의, 선원 부족 문제, 연료 절감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선박 사고의 70~80%, 많게는 90%가 인적 과실에 의해 발생한다고 본다. 자율운항이 잘 되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사고 한 건만 줄여도 큰 도움이 된다. 또 많은 선사들은 IMO의 탄소 규제와 이에 따른 탄소세를 생각하고 있다. IMO가 계획한 대로 탄소세를 부과하면 선박 생애주기 기준으로 연료비의 4배 정도를 탄소세로 내야 할 수 있다. 우리는 실증을 통해 자율운항의 연료 절감 효과가 약 5% 정도 된다는 점을 입증했고,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안전과 연료 절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솔루션은 사실 자율운항밖에 없다. 또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9만 명의 선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자율운항은 선택이 아니라 해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시스템이 설치된 레저용 보트 (사진=HD현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시스템이 설치된 레저용 보트 (사진=HD현대)
-자율운항이 필수 투자로 바뀌는 시점은

△결국 자율운항으로 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것 같다. 과거에는 신기술 도입이 비용 부담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연료비 절감, 탄소 비용 감소, 운항 효율 개선 등 경제 적 효과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수익성 확보 수단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선대 운영과 해양 안전, 선원 복지라는 ESG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선사도 늘고 있다. 하지만 IMO 탄소 규제가 발효되고 탄소세가 본격화되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탄소 규제 강화와 운영 효율 개선 필요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2030년 전후에는 자율운항 기술이 사실상 표준 장비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율운항 기술 수준은

△자율운항에도 경로 계획, 충돌 회피, 자동 이·접안 등 다양한 기술이 있다. 경로를 따라가는 ‘자동’과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실제 회피 행동까지 하는 ‘자율’은 다르다. 경로 계획이나 충돌 회피 기술은 삼성, 한화, 현대 등 국내 조선사들이 10년 정도 연구해 왔다. 다만 자율운항 분야는 아직 역사가 길지 않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럽은 원천 기술과 표준에 강하고, 일본은 기자재 시장을 기반으로 정부 주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AI와 로보틱스 역량이 뛰어나고, 미국은 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 연구와 상용화 초기 단계다. 한국은 독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조선소, 경쟁력 있는 해운사, 그리고 피지컬l AI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을 동시에 보유한 나라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유일하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사진=HD현대)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사진=HD현대)
-정부가 자율운항 기술 개발을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나

△정부는 자율운항에 대해 4500억원 규모 국책과제도 만들었고 산업부, 과기부, 해수부 모두 다양한 과제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우리나라 국책과제 특성상 인프라를 만들고 인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있다. 조선 산업 특성상 중소기업이 산업을 끌고 가기는 어렵다. 결국 조선 3사 같은 대기업이 리딩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달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율운항은 아직 절대적인 강자가 없는 시장이다. 이제 막 판을 짜는 단계기 때문에, 지금 어떻게 치고 나가느냐가 향후 10~20년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한국이 이 기회를 살리려면 기술 역량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율운항과 자동화 확산으로 노동자 감소 등 고용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전에는 사람이 용접을 했지만, 이제는 로봇이 용접하고 사람은 그 과정을 관리한다. 로봇이 용접을 잘하게 하려면 데이터를 취득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관리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항해사들은 원격 운항자로 바뀔 수 있다. 원격에서 누군가는 관리해야 한다. 긴급 상황이 있을 수 있고 데이터를 취득해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결국 사람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수는 있지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바뀌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앞으로는 원격 운항 관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운영 등 새로운 형태의 직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용은 단순 감소가 아니라 보다 고도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1973년 부산 출생 △서울대 농업기계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 기계공학 박사 △HD한국조선해양 책임연구원 △아비커스 대표이사(2021~)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