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2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하고 싶다고 밝히긴 했지만, 북한에 상당한 이익을 미리 제공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에 이익을 제공하는 건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더러 김 위원장 역시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퇴장한 후 격노한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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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 연구원은 또 공고한 한미 동맹에도 불구하고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정말로 예측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은 2026년 이후 적용되는 제12차 SMA를 조기 타결했지만, 미 대통령에겐 SMA를 파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도중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500억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합의 금액의 약 9배 규모다
이와 관련, 베넷 연구원은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한국 정부는 분담금을 공유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지금보다 분담금이 늘어난다면 미국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넷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외교·안보 정책은 중국에 초점을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집에 대북 정책은 들어 있지 않았다.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새 행정부는 트럼프 1기 정책을 따르되, 외교 정책에서 중국을 북한보다 훨씬 높은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관련 외교·안보 정책은 트럼프 당선인보다 국방장관,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방장관에 육군 소령 출신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를, 국가안보보좌관엔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프리카에서 복무한 마이크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국무장관엔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임명이 유력시된다. 왈츠 의원과 루비오 의원은 대중·대북 강경파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이 대중 강경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교역을 대폭 줄이는 등 경제적 피해를 입히더라도 미국의 도움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짚었다. 그는 “2016년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해 중국이 경제 보복을 가했을 때에도 한국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미국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및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심리 작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병력들의 탈영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파병을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정치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이 합류된 사실을 숨겼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파병 사실과 더불어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을 한 명밖에 낳지 않는 북한 사회에서 자신의 아들이 전사했다거나 전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내졌다는 소식을 접하면 반발이 커질 것이고 이는 추가 파병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미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지만, 미국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 방송, 전단지 및 기타 정보 전달 강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 김 위원장이 내부 안정에 신경쓰느라 러시아에 파병할 여유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