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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계약은 지난 2월 L&T와 엔비디아가 인도 정부의 ‘IndiaAI Mission’ 아래 인도 최대 규모의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이 실제 수주 단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사업 추진 계획만 공개됐지만, 이번에는 10억달러가 넘는 실제 공사 계약으로 구체화됐다.
같은 날 인도계 디지털 인프라 기업 블랙박스도 미국의 신규 Tier-1 하이퍼스케일러와 1억3100만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약 3년이며 고객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 발표 이후 블랙박스 주가는 장중 8.2% 상승했다.
두 건의 계약은 AI 투자의 수혜 범위가 반도체 공급업체에서 실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EPC(설계·조달·시공), 네트워크 통합, 전력·냉각 설비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데이터센터는 GPU뿐 아니라 전력 공급, 냉각 시스템, 광통신망, 서버 설치까지 동시에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시공 역량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블랙박스의 수주는 인도 기업이 자국 AI 인프라 구축을 넘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공급망에도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AI 투자의 핵심 수혜 기업은 엔비디아와 메모리 업체, 서버 제조사에 집중됐지만 데이터센터 증설이 본격화하면서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기업들의 수주 잔고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다만 실제 매출 인식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블랙박스는 과거에도 광섬유와 GPU, 전력 장비 공급 부족으로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된 사례가 있었다. AI 데이터센터는 GPU뿐 아니라 전력망과 냉각 설비가 동시에 확보돼야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공급망 병목이 이어질 경우 매출 인식 시점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흐름은 국내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AI 팩토리 구축이 본격화되면 엔비디아 GPU 증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변압기와 배전 설비 등 전력기기 업체, 냉각 설비 기업, 광통신 장비 업체들도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계약에서는 GPU 모델과 메모리 공급사, 전력 용량 등 세부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국면이 초기 반도체 확보 경쟁을 지나 실제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빠르게 완공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AI 투자 확대의 핵심 지표도 반도체 판매량뿐 아니라 시공업체의 수주 잔고와 공정 진행 속도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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