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 공공기관과 공무원에게 공식 조사나 수사 시 정직과 투명성 준수를 강제하는 공직책임법안(일명 ‘힐스버러법’)의 3차 독회 심의를 최종 마무리하고 법안을 상원으로 가결해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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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고 이후 경찰과 사법 당국의 조직적인 은폐 및 왜곡 행정이었다. 당시 공권력은 초기에 좁은 관중석 공간에 수많은 팬이 한 번에 몰린 책임이 전적으로 관중들의 질서 의식 부재에 있다고 몰아세웠다.
훗날 밝혀진 실체는 이와 완전히 달랐다. 경찰이 현장 안전 통제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대참사를 유발해 놓고도, 조직적인 가치 훼손과 면피를 위해 사고의 원인을 축구팬들의 거친 무질서 탓으로 조작해 뒤집어씌운 비밀 정황이 백일하에 폭로됐다.
이러한 공권력의 거짓 프레임에 막혀 사법 정의가 바로 서기까지는 37년이라는 긴 고통의 세월이 필요했다. 1991년 열린 첫 사법 당국의 조사 결과는 사망 원인을 단순한 ‘사고사’로 판정하며 당국에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희생자 유족들은 끈질기게 진상 규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결성된 독립조사패널이 경찰의 치명적인 실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내부 비밀 문건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검토한 끝에, 2012년 사고사가 아니라는 혁신적인 전복 보고서를 세상에 내놨다.
이어 2016년 진행된 사법 당국의 두 번째 조사에서는 당시 피해자들이 당국의 중대한 관리 부실과 조직적 태만으로 인해 사실상 ‘불법적으로 살해됐다’는 준엄한 판결이 도출됐다. 비록 현장 경찰 최고 지휘관 등이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2019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 처벌의 한계를 보였으나, 마침내 2023년 영국 정부가 당시 사건 대응 실패로 유족들에게 수십년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 것에 대해 역사적인 공식 사과를 발표하며 사법 정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번 하원을 통과한 공직책임법안의 본질은 공공기관과 공무원이 대형 참사 조사 과정에서 국민이나 법원을 속이는 은폐 행위를 저지를 경우 이를 강력한 ‘형사 범죄’로 다스려 직접 처벌하는 데 있다. 특히 국가 정보요원들과 정보기관에도 이러한 진실 공개 의무를 동등하게 부여할 것인지를 두고 막판까지 극심한 정치적 논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고 민감 정보에 대해서만 별도의 안전 확보 및 스크리닝 절차를 거치게 하되, 정보기관 역시 진실 공개 의무 대상에 원칙적으로 포함하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뼈대를 완성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표결 직전 하원 연설을 통해 “이 법안은 억울하게 숨진 97명의 희생자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노동 계층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며 “그동안 국가는 희생자들이 노동계급이거나 흑인, 혹은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간절한 정의에 대한 요구를 기득권 구조를 통해 번번이 외면해 왔다”고 질타했다.
법안을 주도한 앤디 버넘 하원의원 역시 “이 중대한 법이 제정되면 국가 공권력의 사고방식 자체가 뿌리째 바뀔 것이며, 마침내 권력이 당국에서 평범한 일반 국민에게로 이전되는 역사적인 획을 긋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