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 압박에…캐나다-중국 '밀월 관계' 모색

양지윤 기자I 2025.11.13 19:30:31

"적의 적은 친구" 전략
외교적 고립 피하려는 카니 정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 사건으로 냉각됐던 캐나다와 중국 관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캐나다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하자 캐나다가 외교·경제 노선을 선회하며 중국과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한국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AP)
12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동맹국인 캐나다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강화하자 캐나다는 외교적으로 껄끄러웠던 중국과 공통의 이해를 찾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 관계는 2018년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을 벤쿠버 공항에서 체포하는 사건을 계기로 급랭했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이 기소한 인물로 이 사건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후 중국이 캐나다인 2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 중국에 수년간 억류됐으며 멍완저우가 2021년 석방되자 이들도 곧바로 풀려났다. 양국은 이후에도 긴장 관계가 이어졌다. 캐나다는 홍콩과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강제 노동 문제 등에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 역시 캐나다의 미국 편향적 태도에 비판을 가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외교적 단절이 지속됐다.

하지만 지난달 초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40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이는 8년 만의 양국 정상 회담으로, 양국 관계 회복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이후 캐나다는 장관급 방중과, 고위급 전화 회담을 잇따라 진행했고, 중국은 캐나다를 단체 관광 허용 국가 목록에 재등재하면서 관광 교류 회복에도 나섰다.

양국이 관계 복원에 나선 배경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도 자리잡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해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미국과 공조해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보복 조치로 캐나다산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발표했으며 특히 카놀라유와 카놀라박(사료용)에 대한 100% 관세도 포함됐다. 이어 8월에는 카놀라 씨앗에 대해 75.8%의 추가 관세를 부과, 사실상 캐나다의 카놀라 수출이 막혔다.

리넷 옹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최근 몇 달간 캐나다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180도 전환했다”며 “이는 현실적인 필요에 기반한 정책 변화”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자 중 한 명인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지난 7월 캐나다 주지사 회의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포드 주지사는 “적의 적은 우리의 친구다. 미국인을 적으로 여기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보다 적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내부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 46%는 미국을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응답, 중국(34%)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국이 캐나다와의 외교 관계 회복을 시사하는 가운데, 미국과 주국 사이에서 캐나다가 ‘전략적 중간지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긴장 국면 속에서 중국이 캐나다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한편 향후 협력에는 ‘조건’이 따를 것이라는 점도 경고했다.

브라이언 웡 홍콩대학교 조교수는 “중국은 캐나다와 미국 간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왔으며 오랜 경제 파트너 사이의 적대감이 표면적인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양국 관계 복원에는 명확한 조건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 캐나다 외교관인 마이클 코브릭은 “중국은 고위급 지도자와의 접근이나 정치적 협력에 대해 자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할 것을 전제로 삼을 것”이라며 “이는 대만 문제를 비롯해,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 자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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