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집중포화 받은 이재용 부회장, 차분한 대응 속 폭탄발언 '눈길'

김혜미 기자I 2016.12.06 16:33:44

최순실 씨 모녀 지원사실 인정..대가성·사전인지 부인
"삼성물산 합병, 승계 관련없어..올바른 결정 알게될 것"
"우수한 분 있다면 경영권 넘길 의향..미전실 없애겠다"
전경련 관련 개인적 활동 및 기부금 중단 의향도 밝혀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이재용(48)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실규명을 위한 국회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최순실(60) 씨 모녀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지원 당시에는 관련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도 다시는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활동 및 기부금 중단과 그룹의 전략 기획을 담당하는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하는 한편 자신보다 훌륭한 분이 있다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등 의원들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이날 국회의원들은 이 부회장에게 최순실 씨와 정유라씨 모녀에게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최순실 씨 자금 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나중에 문제가 된 뒤 들어서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순실 씨의 존재를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 자금 지원 당시 사실을 몰랐는지에 대한 반복되는 질문에 억울한 듯 “솔직히 다 말씀 드리고 싶지만 정말 모른다. 일일이 스포츠나 문화에 관련해서는 보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와는 별도로 독일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용역 계약을 맺은 배경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승마 쪽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연루돼있고, 본인은 직접 연루된 일이 아니라서 말을 잘못하면 오해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두 차례 독대했을 당시에는 직접적인 자금 지원 요구가 없었고, 시사했더라도 본인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문화융성 스포츠 발전인지 혹은 체육발전인지가 관광사업이나 경제발전에 중요하니 삼성도 많이 지원해달라고 했다“면서 ”기부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 자리에서 나올 때 (자금을) 출연해달라는 뜻으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금 지원에 대가성이 없었음을 강조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문화와 스포츠를 포함한 많은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요구하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은 본인이 부족한 게 많다면서 송구하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최순실 씨 자금 지원 사실을) 나중에 들어 알게 됐지만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지원된 것을 인정한다.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 막심하다”며 “한국 기업으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고용창출도 더 하고, 더 열심히 해야 했는데 여러가지 불미스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드려서 저 자신이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도 많다. 앞으로 자신을 비롯해 체제를 정비하고 더 좋은 기업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경영승계와 관계가 없다고 단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삼성 측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압력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으나, 이 부회장은 “제가 모자란다면 꾸짖어 주시고 앞으로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면 받겠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에서 국민연금이 가장 큰 투자자이고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 양사 임직원들이 열심히 뛴 것 같은데 (승계와 관련한) 그런 쪽으로 판단하시는 것은 재고해달라”고 언급했다.

한편 의원들은 이 부회장에게 경영자로서의 성과가 미흡하다면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라거나,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라는 등의 요구사항도 내놨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이 있다면 물러나겠다. 저보다 우수한 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넘기겠다”고 밝히는 한편 미전실 해체에 대해서는 “국민과 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전경련에서 개인적인 활동은 물론 기부금도 중단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대기업총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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