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LB생명과학(067630)은 보유 지분을 활용해 300억원 규모 PRS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SK 역시 SK바이오팜(326030) 지분을 활용한 1조5000억원대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PRS가 부채로 재분류될 수 있다는 관측에 시장이 위축됐지만, 유관 기관에서 회계 분류 기준에 대한 결론이 늦어지면서 자금 사정이 급한 기업들이 다시 활용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까닭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차원에서도 이렇다할 감독 지도 없이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해 12월1일 금융투자협회가 접수한 주요 PRS 거래의 회계 처리에 대한 공식 질의 검토에 착수했다. 이후 국제 기준상으로 심의를 받기 위해 같은 달 11일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에 질의를 제출한 상태다. 기준원은 IFRS IC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추가 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공식 의견을 내놓을 전망이다.
PRS 계약은 주식 매매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일정 기간 뒤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을 정산하는 구조여서 자금 차입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그러나 회계상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처리되면서 부채로 반영되지 않았고, 부채비율 산정에서도 제외돼 왔다. 기업은 PRS로 거액을 조달했더라도 재무지표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고, 증권사는 이점을 영업 이점으로 적극 활용해 거래를 늘려왔다.
|
만약 IFRS IC가 PRS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국내 기업들이 받을 충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PRS 계약건들을 부채로 재분류해서 회계상에 반영하면 부채비율이 치솟고, 차입 여력도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부채성 조달액이 많은 기업일수록 부담이 높을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그룹별 부채성 자금조달 규모(PRS는 SK그룹이 13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3조5000억원), 롯데(2조9000억원), CJ(2조4000억원), 신세계(1조1000억원), HD현대(7000억원) 순이었다.
|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IFRS IC가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더라도, 통상적으로 새 기준이 정립되면 실제 회계 정리까지는 일정 기간의 경과조치나 유예기간을 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 유예기간 안에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스스로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분별하게 거액을 썼던 PRS 때문에 재무위기에 직면하는 기업이 나올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기간 내 빠르게 상승한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대규모 PRS를 활용한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PRS는 보유 주식을 기초로 약정 가격과 실제 주가 간 차이를 정산하는 구조이기에 주가가 하락하면 그 차액분만큼 현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담보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추가 증거금 납입이나 조기 정산 요구에 응해야 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PRS 조달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주가 변동이 곧바로 재무 부담과 유동성 압박으로 연결돼 부담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