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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10곳 중 7곳 오디세이·스파이더맨… 홀드백에 빠진 ‘스크린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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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08.25 22: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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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2편에 톱10 상영횟수 69% 쏠려
중소영화 상영 기회 축소…다양성 저해 우려
극장 상영 보장 없이 OTT 공개만 150일 뒤로
제작배급사 수익 감소·관객 선택권 제한 우려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극장 개봉 영화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를 개봉일로부터 150일간 유예하는 ‘홀드백’(극장 상영 후 타 플랫폼 공개 유예기간) 자율협약을 이달 중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영화계에서는 ‘극장 스크린 다양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대작에 상영관이 집중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온라인 공개만 늦추면 제작·배급사와 관객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이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이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사진=뉴스1)
상영 10번 중 7번이 대작 2편…더 좁아진 선택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박스오피스 1위 ‘오디세이’의 상영횟수는 4만3387회로, 5위 ‘오케이마담2’(7060회)의 6배가 넘는다. 2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2만2265회)까지 더하면 두 작품이 톱10 전체 상영횟수의 약 69%를 차지한다. 극장 상영 10번 중 7번이 두 작품에 집중된 셈이다.

반면 지난 7월 개봉해 누적 관객 450만명을 넘어선 ‘호프’는 개봉 약 6주 차 주간 상영횟수가 2446회로 ‘오디세이’의 5.6%에 그쳤다.

영화계 관계자는 “‘호프’ 같은 톱배우 출연작조차 할리우드 대작에 맞서지 못하고 한 달여 만에 스크린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특정 대작에 상영관이 쏠리는 국내 배급 구조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개별 극장에서도 쏠림 현상은 확인된다. CGV강변에서 26일 개봉하는 ‘경주기행’은 첫날 하루 5회 상영되는 반면, 개봉 20일 차인 ‘오디세이’는 19회 편성됐다.

특정 대작에 상영관과 황금 시간대가 몰리면서 규모가 작은 영화들은 개봉 초반부터 비인기 시간대로 밀려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급사와 배우들이 무대인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대작 중심의 스크린 배정 구조를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오른쪽 두번째),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회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홀드백' 자율협약 관련 소비자 참여, 극장 독과점적 관람료 인상, 이통사 할인 폭리 마케팅 등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오른쪽 두번째),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회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홀드백' 자율협약 관련 소비자 참여, 극장 독과점적 관람료 인상, 이통사 할인 폭리 마케팅 등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극장서 내렸는데 OTT도 못 본다?…150일 ‘유통 공백’

영화계에서는 이에 따라 홀드백과 함께 극장의 최소 상영 기간이나 상영 기회 보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극장에서 충분한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 영화까지 온라인 공개를 150일 뒤로 미루면 제작·배급사의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국 영화시장의 흥행이 개봉 초반에 집중되는 구조적 특성도 문제로 꼽힌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3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군체’도 개봉 후 2주 동안 매출액 429억 원, 관객 403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이 작품 전체 매출액의 68.5%, 전체 관객 수의 67.7%에 해당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장기 상영을 통해 뒤늦게 흥행 규모를 키우는 사례도 나온다.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일본 영화 ‘국보’는 개봉 10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장기간 상영을 이어가며 관객을 끌어모은 끝에 일본 실사 영화로는 역대 두 번째 1000만 관객 돌파작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첫 주말부터 2주 정도의 성적으로 흥행 여부가 사실상 결정된다”며 “극장도 흥행이 확인된 작품에 빠르게 스크린을 집중해 중소 영화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고 말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영화계 관계자들이 한국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문체부)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영화계 관계자들이 한국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문체부)
“150일보다 중요한 건 극장이 얼마나 상영하느냐”

결국 쟁점은 ‘150일’이라는 숫자보다 극장이 영화에 어느 정도의 상영 기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냐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지난 24일 ‘홀드백 자율협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 시장에서 1000만 영화 정도 돼야 극장에서 3개월 정도 견딜 수 있고, 보통은 6주 정도 상영하면 대부분 종영된다”며 “종영 시점에 개별 구매 주문형비디오(TVOD)를 판매하고 약 2.5개월 뒤 구독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현재 업계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장이 얼마나 상영할지, 부가시장 판매를 언제 시작할지도 논의하지 않은 채 제일 끝 순위에 있는 OTT만 150일 후에 하자고 하면 현업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극장 상영 종료와 후속 유통 사이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문제로 꼽았다. 극장에서는 이미 영화를 내렸지만 홀드백에 묶여 온라인에서는 판매하거나 공개할 수 없는 기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극장이 좀 더 길게 상영하겠다는 의지나 약속 없이 부가시장·온라인 시장만 뒤로 미루면 극장 상영은 끝났는데 부가시장은 시작하지 못하는 공백 기간이 생기고 사업자는 그만큼 매출 손실을 입는다”며 “관객 역시 극장에서는 이미 내린 영화를 온라인에서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래서 150일이라는 날짜 자체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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