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약 10조 늘어난 기업대출…가계대출은 사실상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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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6.03.03 18:45:42

기업대출 854.3조…한 달새 7조 늘어
가계대출은 524억 증가 그쳐
정부 '생산적금융' 기조에 기업대출 집중
부동산 규제에 가계대출 당분간 주춤할 듯

[이데일리 김국배·김형일 기자] 금융의 물꼬를 부동산에서 생산적 금융(기업 대출·투자 등)으로 바꾸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 아래, 지난달 월별 기업대출이 한달만에 7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2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54조32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847조3530억원억원)보다 6조9758억원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765조8131억원에서 765조8655억원으로 524억원 느는데 그쳤다.

5대 은행 대출 잔액 추이
기업대출, 두달간 10조 가까이 증가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4조7392억원 감소하다가, 올 들어 두달 연속 증가 추세다. 다만 1월 증가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조원대(조6267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2월 증가 폭은 전년(1조9802억원)보다 3.5배 이상 컸다. 올해만 따지면 기업대출은 1월과 2월을 합쳐 9조6034억원 증가했다.

2월 대기업 대출은 4조1373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2조8385억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작년 5월(5조741억원),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작년 10월(4조7494억원) 이후 가장 컸다.

이런 증가세는 은행들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춰 기업대출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대출 자산 리밸런싱의 결과”라며 “올 들어 부동산·임대업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축소하는 한편, 첨단전략산업·지역 선도 기업·정책 연계 보증부 대출 등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작년보다 낮게 가져가려고 할 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대출을 문제삼으면서 임대사업자 등까지 정조준한 대출 규제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연초 15%에서 20%로 올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25%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은행권에선 경제 상황이 나빠져 취약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전월 말(0.73%)보다 떨어졌지만 전년 동기(0.50%)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0.09%포인트), 중소기업(0.10%포인트), 개인사업자(0.14%포인트) 연체율이 모두 올랐다.

환율도 변수다. 은행 대출 여력에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인한 중동 불안에 이날 20원 이상 급등했다. 은행들은 보통 원화 환율이 오르면 보통주 자본비율이 내려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은 대출인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한다.

부동산 규제강화에 가계대출은 제자리

기업대출과 반대로 가계대출 규모는 사실상 제자리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 8655억원으로 전월 대비 52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0조 7211억원으로 한 달 새 596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말정산 환급금과 설 명절 상여금 등 일시적 자금 유입으로 일부 차주가 단기 대출을 상환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22조 3624억원으로 전월 대비 102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째 줄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 3120억원으로 전월 대비 4335억원 감소하며 3개월 연속 축소됐다. 감소 폭은 지난해 1월 1조 595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2월은 자녀 입학을 앞둔 이사 수요가 반영되는 시기라 주담대가 계절적으로 일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어서 증가 폭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감소는 설 상여금이나 연말 성과급 지급 이후 단기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는 흐름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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