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무기 소모전
이란, 값싼 드론으로 방어망 흔들어
美·동맹국 비싼 요격미사일로 방어
장기화 시 이란 정권 유지 전망도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란 전쟁이 개전 사흘 만에 소모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란의 드론 공세가 바레인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이르는 미국 및 동맹국 방어망을 압박하며 무기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 탄약을 소진하느냐가 전쟁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하렛 흐레이크에 위치한 헤즈볼라 계열 알마나르 TV 방송국 사무실이 타격을 받은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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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측 모두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무기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이미 방어 측면에서 남은 수단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초기 공습으로 러시아제 S-300을 포함한 지대공 미사일 포대가 타격을 받았다. 중동 내 이란의 대리 세력도 4년간 지속한 가자 전쟁으로 크게 약화한 상황이다.
이에 이란은 2만 달러(약 2900만원)짜리 자폭 드론(샤헤드 드론)을 앞세워 미국 측 방어망을 흔들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은 자폭 드론과 소형·저사양 순항미사일로 역내 미군 기지와 석유 인프라, 민간 건물 등을 타격하고 있다. 전쟁을 시작한 후 1200기 이상의 발사체를 발사했으며 상당수는 드론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국방 담당 애널리스트 베카 와서는 “이란이 지난해 이스라엘과 충돌 이후 약 2000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량의 드론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장기전에 대비해 아껴두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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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에 따르면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은 이란의 드론 공격과 기타 탄도미사일을 90% 이상의 요격률로 막아내고 있다. 하지만 2만 달러짜리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400만 달러(약 58억 6000만원)짜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상황은 장기전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에코 선임연구원은 “소모전 전략은 이란의 관점에서 작전상 타당성이 있다”며 “요격 미사일이 먼저 고갈되고 걸프 국가의 정치적 의지가 약화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기 재고 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미국은 단기전 전술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와서는 “미국 측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주간의 작전을 지속하기에 충분한 탄약을 역내에 미리 배치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실제 블룸버그가 확인한 카타르 군 당국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재고는 현재 사용 속도를 고려할 때 나흘분에 불과하다.
미국의 공격용 무기가 동시에 소진되면 전황은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재고도 줄겠지만 정권 자체는 혼란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며 “전쟁 첫 60시간을 보면 이런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