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유조선이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손잡고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공격하며 사실상 참전을 선언했다. 예멘과 이라크 친이란 세력의 도발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전에 나서면서, 이란의 미군기지 선제 공격은 양측 간 호르무즈해협 공방의 소강 국면마저 흔들었다. 전쟁의 화염은 이라크, 요르단에 이어 이집트 앞바다까지 번진 상태이며, 이란은 요르단 미군기지와 이집트 항구의 미국 소유 에너지 저장시설 등으로 공격 범위를 넓혔다. 사우디 국방장관은 확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지만, 역내 긴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재개되자 브렌트유 가격은 하루 새 8% 가까이 급등하며 다시 90달러대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89달러 선, WTI는 83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중동 정유시설 피격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항공유(제트연료) 마진도 다시 치솟은 상태다. 이달 22일 기준 9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40~150달러 선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홍해 안전 운항을 위해 다국적군이 나선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80~90달러 수준이다. 30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전장보다 1.4% 내린 배럴당 86.88달러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9월물은 1.0% 하락한 배럴당 83.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운하 인근 공격이 반복될 경우 전쟁 위험 보험료 상승과 선사들의 운항 기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이어 수에즈 운하까지 흔들릴 경우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마지막 우회로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여파는 국내 항공사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매출은 늘었지만 고유가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7.3% 증가했음에도 영업손실이 오히려 확대됐다. 이는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사 영업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유류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 수요 확대로 고유가 충격을 일부 상쇄해 영업손실은 피했지만, 수익성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한국항공협회 집계 결과 국내 항공사 12곳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7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LCC는 단기 차입 한도를 설정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은 유가가 상승한 만큼 유류할증료 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고, 국제선 운임 인상 압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원유 수송로 불안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와 항공유 가격이 추가로 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사우디의 참전으로 전선이 걸프만을 넘어 북아프리카까지 확대된 만큼, 향후 유가 향방이 항공업계 3분기 실적 반등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