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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다시 금을 선택한 배경에는 외환보유액 운용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달러와 국채 중심의 자산만으로는 위험 분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세계 각국 중앙은행도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국제 금값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25~30%가량 조정을 받았던 국제 금값은 최근 온스당 4400달러선을 회복했다. 미국 고용지표 둔화로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된 데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살아난 영향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1조8003억원으로 7월 말(1조7159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다만 올해 1월 말 2조4434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6000억원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연초 금값 급등기에 유입됐던 자금이 대부분 이탈한 뒤 최근 금값 반등과 함께 일부 다시 유입되는 모습이다.
실물 금 투자 역시 아직 회복세는 제한적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부터 이달 11일까지 골드바 판매액은 총 120억7000만원에 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값이 반등하면서 문의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 여부를 확인하려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자금 유입을 본격적인 투자 회복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초 고점 대비 가격 부담은 상당 부분 낮아졌지만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미국 물가와 금리 방향을 확인하려는 분위기다.
금은 이자나 배당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진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 점도 금 투자 수요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변수 역시 금값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금리 상승은 금값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하나의 변수에 상반된 영향이 공존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값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연준의 금리 경로를 꼽는다. 물가가 안정되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경우 금값은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질 경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 회복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금 매입은 외환보유액 안정성과 자산 다변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인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가격 흐름과 수익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최근 금값 반등으로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됐지만 미국 금리와 달러, 국제유가 등 주요 변수의 방향이 확인돼야 자금 유입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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