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푸틴, 러 정상 첫 쿠릴열도 방문…日 "고유 영토" 발끈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방성훈 기자I 2026.08.13 15:41:18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요새화 진행 속 이투루프 수산공장·병원 등 시찰
모테기 외무상 "역사·국제법상 일본 영토" 반발
북 미사일·한미훈련 앞두고 극동 장악력 과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섬을 찾았다. 러시아 정상이 이 섬에 직접 발을 들인 것은 처음으로, 실효 지배를 대내외에 못 박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쿠릴열도 이투루프섬의 한 병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쿠릴열도 이투루프섬의 한 병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
13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및 아사히신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투루프섬의 야스니 수산가공공장과 병원 등을 둘러봤다. 크렘린궁은 그가 참치와 넙치를 살펴보고 연어알을 맛보는 영상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날씨가 참 좋다. 휴양지 같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엑스(X)에 “에토로후섬을 포함한 북방 4개 섬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일본 정부로서 이번 방문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북방영토라 부르는 이들 섬은 이투루프와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로 이뤄져 있다. 홋카이도 코앞에 있다. 옛 소련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인 1945년 8월 8일 일본에 선전포고했고, 일본이 포츠담선언을 수락한 뒤 진주해 점령했다.

이후 일본인 약 1만 7000명을 내보냈으며, 지금은 러시아 국적 주민 약 2만명이 산다. 금과 은 등 광물이 묻혀 있고 어장도 풍부하다. 두 나라는 이 분쟁 탓에 2차 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지나도록 평화조약을 맺지 못했다.

일본이 이번 방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영토 반환 논의 자체가 멈춰 섰다. 러시아는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자 2022년 3월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협상 재개 조건으로 쿠릴열도가 러시아 영토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해왔다.

둘째, 섬의 요새화가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별개로 쿠릴열도에 지대함 미사일 체계를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를 이어왔다. 이번 방문도 군사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할린에서 태평양함대의 대규모 해상 훈련을 참관하고 미사일순양함 ‘바랴그’에 오른 뒤 이투루프섬으로 향했다. 그는 사할린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외교적 해결을 계속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쿠릴열도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국제 문서에 명시돼 있다고 못 박았다.

마지막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문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방문 전날인 12일 러시아의 우방인 북한이 한반도 동쪽 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한국과 미국은 곧 대규모 연합훈련에 들어간다. 일본이 종전 기념일로 삼는 8월 15일도 코앞이다.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러시아가 극동 장악력을 과시한 셈이다.

한편 러시아 지도부의 쿠릴열도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2010년 쿠나시르섬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총리 시절까지 네 차례 다녀갔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도 2021년 이투루프섬을 방문했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주일 러시아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다만 최고 권력자인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영토 협상의 문이 사실상 닫혔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