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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억 5000만 명에 달하는 한류 팬들이 ‘코리아’를 갈망하고, 올해 방한 외래 관광객 2200만 명 유치가 가시화하고 있지만 최근 마주한 통계는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통계에 따르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16%로 늘었지만, 지출 규모는 고작 8% 증가에 그쳤다. 지역에 관광객만 북적일 뿐 지갑은 닫힌 ‘실속 없는 오버투어리즘’의 전형인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한국관광공사가 자초하고 있다. 치열한 유치 경쟁을 핑계로 외국인 관광객을 서울과 지방으로 실어 나르는 ‘보여주기식 동원 관광’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서다. 국내 여행사의 주 수입원이 관광객이 내는 돈이 아닌 지자체 지원금이 된 지도 오래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선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공짜 식사에 특산물 선물을 챙기는 ‘공짜 여행 골라 먹기’가 일상이 됐다. 심지어 1박 2일 지방관광 체험을 단돈 9000원에 팔기까지 한다. 이러는 동안 정당하게 값을 매겨 질적 관광을 추구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팔려는 관광업계의 숨통은 완전히 끊어지고 있다.
세금을 펑펑 써가며 숫자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안일하고 편협한 전략이 더 이상 공짜가 아니면 한국을 방문할 이유가 없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서 저가 덤핑 관광, 공짜 관광을 부추기는 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과감하게 구시대적 동원 관광과 저가 덤핑 관광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수용이 가능한 적정 규모의 관광객이 찾아와 고품격 콘텐츠에 기꺼이 제값을 지불하는 ‘돈 버는 질적 관광’으로 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현실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적당한 수준에 타협을 해서도 안 된다.
무분별한 공짜 파티가 판치는 시장에서 KEV와 같이 아무리 알차게 설계한 한국 여행상품과 프로그램이 진정성만으로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카피캣 형태의 소모적 유치 경쟁을 끝내고,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앞세운 세련된 수용태세로 전환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꺼이 지갑을 열고도 높은 만족감에 다시 한국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만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한류의 진짜 꽃을 피울 수 있다.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쓰며 스스로 관광 생태계의 기반을 무너뜨리고도 ‘공공’이라는 타이틀 뒤에 숨어있는 이들에게 통렬한 반성과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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