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실장은 우선 토큰화의 가치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별도로 운영되는 전문(메시지) 시스템과 거래 후 대사(reconciliation) 부담을 줄이고, 높은 수준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구현하며, 거래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고, 자산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프로그래밍 기능에 주목한 윤 실장은 보조금이나 바우처는 지금은 제대로 쓰였는지 사후 검증하느라 행정 비용이 큰데, 이를 사전 규칙으로 바꾸면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더 주목할 부분은 계약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예 성사되지 않는 거래가 많다는 점“이라며 ”스마트 컨트랙트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면 경제주체 간 거래 영역이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반환처럼 당사자 간 마찰이 큰 영역을 예로 들었다.
특히 그는 한은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과 BIS 주도의 ‘프로젝트 아고라’를 사례로 들면서 토큰화 기반 금융시장인프라(FMI)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했다.
윤 실장은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의 차이를 직접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영희가 철수에게 예금토큰을 보내면 영희의 거래은행 부채가 줄고, 한은 원장에서 은행 간 결제가 먼저 이뤄진 뒤 철수 거래은행이 철수 계좌에 입금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금토큰이 직접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뒷단에서 중앙은행 화폐로 결제된다“고 부연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보유자가 개인키로 서명하면 곧바로 이전되고, 받는 쪽은 발행사에 대한 청구권을 갖게 된다.
그는 FMI의 결제자산은 중앙은행 화폐여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국제 기준인 ‘FMI 원칙(PFMI)’은 가능하면 중앙은행 화폐로 자금을 결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탄력적인 유동성 공급 △신용·유동성 리스크가 없는 결제 완결성 △화폐의 단일성 유지를 들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도 다루는 영역에서 분명히 역할이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한강에 대해서는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대단한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은행 예금이 예금토큰 형태로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한은이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1단계 실거래 테스트에는 전자지갑 기준 8만1000명이 참여해 11만4880건을 거래했는데, 2단계에서 이용자를 50만명 규모로, 참가 은행을 7곳에서 9곳으로 늘리고 사용처와 이용 편의성도 대폭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재정 집행에도 적용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고금의 25%, 약 175조원을 디지털화폐 기반으로 집행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첫 사례인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에 대해 그는 ”적격 충전기인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보조금을 충전기 업체에만 지급되도록 묶어 불미스러운 일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관공서 업무추진비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등 적용할 수 있는 곳이 엄청나게 많다“며 ”신용카드 중심인 국내 결제 구조의 균형점을 저렴한 직불형 수단 쪽으로 옮기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간 지급 플랫폼인 프로젝트 아고라를 설명하는 과정에선 현행 환거래(코레스) 은행 구조의 한계부터 짚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이 강화되면서, 중간 은행을 거칠 때마다 자금이 먼저 넘어가 버리는 구조의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단계에서 수취인 확인이 안 되거나 AML에 걸리면 자금이 멈춰 버리고, 반송에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고라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송금 경로상의 모든 기관이 수취인 확인과 AML 심사를 병렬로 먼저 마친 뒤 자금을 잠그고, 지급 코디네이터의 지시에 따라 통합원장과 각국 관할원장이 동시에 실행되는 구조다.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거래 전체가 무효가 된다. 그는 ”한강과 아고라는 같은 아키텍처“라며 ”원화가 오가면 반드시 한은 결제자산 원장을 거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프로젝트 아고라의 실거래 경로는 이미 완성했다“며 ”2027년에 운영 주체와 지배구조, 감시 체계를 정하고 2028년부터 론칭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발표 말미에는 그는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미국 예탁결제기관(DTCC)의 국채 토큰화, 유럽중앙은행(ECB)의 ‘폰테스(Pontes)·아피아(Appia)’ 구상, 2030년을 겨냥한 일본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계획 등 주요국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선택지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새 디지털자산 플랫폼에 중앙은행 화폐를 직접 발행하는 방식 △결제 요청이 오면 기존처럼 결제해 주는 방식 △옴니버스 계좌 등에 유동성만 두고 이를 담보로 운영기관이 결제자산을 쓰게 하는 방식이다.
한은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아고라에 연결할 한국 관할 원장 설계라고 봤다. 그는 ”관할원장을 결제용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국채를 얹어 하나는 PvP, 하나는 DvP로 연결하면 외국인의 국내 국채시장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원화 국제화와도 맥이 닿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년 동안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플랫폼과 어떻게 연계할지 금융권이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해 오늘] “죽었다던 군인이 살아왔다”…43년 만에 밝혀진 기막힌 사연](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10/PS26102301834t.jpg)
![집은 합격, 사람은 불합격[세금, 그 후]](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10/PS26102301830t.jpg)

![AI로 돈 번 스페이스X…韓 우주株 덩달아 '들썩'[종목e슈]](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10/PS26102301832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