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단순 투자 목적, 책임경영 강화 목적이라며 경영권 이슈와는 선을 긋고 있지만, 현 추세라면 호반 측이 곧 이사회 구성이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진칼 최대주주 경쟁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큰 변수가 없는 호반 측이 우호 지분에 둘러싸인 조 회장 측을 제치고 경영에 참여하는 건 쉽지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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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의 호반과 우군에 둘러싸인 조 회장
호반은 호반건설이 2022년 3월 KCGI 보유 주식 940만주(13.97%)를 5640억원에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지분을 늘려 왔다. 한진칼 경영권을 노렸던 사모펀드의 지분이 고스란히 호반으로 넘어가며 현 최대주주 경쟁의 기반이 된 것이다. 호반은 이후로도 호반호텔앤리조트, 호반산업 등을 계열사가 꾸준히 한진칼 주식을 사모으며 올 7월 기준 지분율 20.15%(1345만 4674주)에 육박하게 됐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 측 지분율(20.57%)과의 격차도 불과 0.42%포인트로 좁혀졌다.
호반그룹은 7월 이후로도 주식을 계속 사들였고 그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신고한 만큼 최소 0.42%포인트 이상의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양측의 최대주주 경쟁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자금 동원력 면에선 호반이 우위라는 평가다. 1980년대 호반건설로 출발한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을 비롯한 제조업과 미디어·레저 분야로 넓히며 현재 자산 20조원대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호반건설·호반산업·㈜호반·호반프라퍼티 등 4개 주요 계열사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5122억원에 이른다. 현 시세 기준 한진칼 지분률을 5% 이상 늘릴 수 있는 규모다.
조 회장 측은 자금력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19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조 회장은 한진칼 주식 207만 5000주를 담보로 694억원을 빌렸다. 2일 추가 매수하기로 한 주식을 포함한 총 보유주식(419만 4612주) 중 약 절반 가량이 대출로 묶여 있는 셈이다. 지분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신규 재원 확보와 함께 기존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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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3자연합 지분 45% 확보하고도 패배
다만 호반이 실제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중론이다. 조 회장 측의 강력한 ‘우군 방어선’ 때문이다. 조 회장 측의 현 지분율(20.57%)은 호반에 위협받을 수 있지만 미국 델타항공(14.90%)이라는 강력한 우군의 지분을 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업은행(10.58%)과 LX판토스(3.83%), GS리테일(1.50%)도 조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를 단순 합산해도 과반이 넘는 51.38%다.
이 때문에 한진칼 지분 40% 이상을 확보하고도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전례도 있다. KCGI는 지난 2018년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경영 참여 의사를 내비쳤고 2020년 3월 정기주총 땐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맺고 경영권에 도전했다. 당시 3자 연합의 합산 지분율은 42.13%였다. 조 회장 측 당시 지분은 22.45%였으나 델타항공,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조 회장은 결국 56.67%의 찬성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3자연합은 이후로도 주식을 더 사들여 합산 지분율을 45.23%까지 끌어올렸으나 한국산업은행(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에 약 5000억원을 투자(당시 기준 지분율 10.66%)하며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합류했고, 3자연합은 결국 경영권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이듬해 4월 해체됐다.
그렇다고 호반의 경영 참여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산은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건 12월로 예정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다. 산은은 2020년 투자 당시 통합 항공사의 경영성과가 미흡하면 조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은이 내년 초 대한항공 통합 작업이 모두 마무리한 후 10.58%의 보유지분을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매각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내년 3월 정기주총이다. 이때 산은 추천 이사 3명의 임기가 끝나는데, 호반이 자체 후보를 제안한다면 이사회 진입을 둘러싼 첫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참여 의결권의 3분의 1을 넘게 확보해야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의 호반 측 추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호반 측의 ‘진의’를 확인할 첫 무대가 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만약 호반 측이 이사회 구성이나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낸다면 경영권 인수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KCGI 3자 연합도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을 넘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전례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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