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좋아하던 소년은 20대 초반 문득 ‘사람이 아닌 존재에도 열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생각을 검증하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버추얼 아이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다. 버추얼 보이그룹 ‘위고식스(WE GO-6)’를 제작하는 ‘23세기아이들’이 탄생한 배경이다. 23세기아이들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 L.E.K. 컨설팅과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를 거친 김형민 대표가 지난 2023년 설립한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이다.
23세기아이들은 시드 라운드에서 총 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9월 카카오벤처스, 퓨처플레이, 패스트벤처스로부터 12억원을 유치했다. 이어 올해 6월 추가 라운드에서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38억원을 투자받았다. 회사는 향후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추가 자금 조달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들과의 다양한 협업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는 최근 시드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23세기아이들의 김형민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현재의 K팝은 음악, 패션, 영상 등이 합쳐진 종합예술이라면, 버추얼이라는 장르는 기존의 K팝에 게임·애니메이션·드라마 등 기존의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섞인 장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버추얼이 기존 엔터테인먼트와 섞이면 점차 장르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라며 “아티스트들의 상상력과 표현이 무한한 미래의 중심에 있는 가장 창의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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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은 기본…“그룹 멤버·팀원 모두가 아티스트”
국내 굵직한 엔터테인먼트사와 테크 기업들이 버추얼 아이돌 산업에 뛰어들고,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투자자 관점에서 쉽사리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 또한 존재한다. 이 가운데 23세기아이들은 시드 라운드에서부터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VC)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그룹 멤버 뿐 아니라 팀원 모두가 아티스트로 이루어진 크루처럼 운영되는 점이 차별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23세기아이들은 버추얼을 단순히 성공사례가 있는 시장으로 바라보고 접근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 많은 종합 예술에 다양한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는 ‘넥스트 종합 예술업’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팬들과 교감하며 즐겁게 놀 수 있는 ‘종합 예술’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김 대표는 팀원 전원이 기술자가 아닌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 게 장점이라고 꼽았다. 그는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기획적으로나 미적으로나 항상 새로운 실험을 하고 연구한다”며 “모든 음악과 콘텐츠, 이야기는 그룹 멤버들을 중심으로 팀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직접 기획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위고식스 팀을 꾸리면서 가장 집중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페르소나’다. 그는 “소속 멤버들은 서로 다른 개성적인 페르소나를 지닌 사람들”이라며 “다소 고리타분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티스트와 팬 관계에서 일방향적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며 “결국 오래가는 아티스트는 사랑을 많이 나눠줄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악적 역량뿐 아니라 실제 주변 사람에게 감사할 줄 알고 사랑을 전할 줄 아는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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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대표는 회사명인 23세기아이들은 무한한 미래에서 온 사람, 무한한 아이(i)를 만들어 내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영감, 혁신, 아이디어, 통찰, 상상력, 영향(inspiration, innovation, idea, insight, imagination, impact)이라는 의미를 모두 담아 그룹 멤버뿐 아니라 팀원 전체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만들어 낼 긍정적 영향력과 영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23세기아이들이 프로듀싱하고 있는 첫 번째 버추얼 보이그룹 위고식스(WE GO-6)는 데뷔에 앞서 개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활동에 돌입했다. 앞서 회사는 올해 초 해일, 시우, 우연이라는 멤버 세 명을 차례로 공개했다. 이들은 유튜브 라이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위고식스를 대표할 콘텐츠는 공개되지 않았다”면서도 “그룹 멤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음악들을 한 단계 높은 상상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팀원 모두가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며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23세기아이들이 해온 실험은 △플레이어가 되는 게임 방송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날아다니는 방송 △아티스트의 몸집이 7㎝로 줄어든 채 진행하는 방송 △멤버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 등이다. 그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터렉티브한 교감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 성장의 중심은 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위고식스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버추얼 프로덕션 팀’을 꾸리는 데 있다. 그는 “현재 구축하고 있는 자체 스튜디오가 9월에 완성될 예정이며,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장르를 해석하고 개척할 아티스트형 팀원들로만 모집하고 있다”며 “기존 시각특수효과(VFX)나 게임 업계 관행으로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줄 버추얼 그룹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 기존 산업과 다른 작업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