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트럼프에 무궁화대훈장·금관 모형 선물…“피스메이커” 격찬

황병서 기자I 2025.10.29 16:40:37

[경주 APEC]
역대 미국 대통령 최초 무궁화대훈장 수여
경주 천마총 금관 모형 선물로 한미동맹 상징
트럼프 “정말 아름답다…소중히 간직하겠다” 답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며 극진한 환대를 펼쳤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상징하는 경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며 한미동맹의 깊이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은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계신다”고 치켜세우며 신뢰와 감사를 전했다.

트럼프, 예포 21발 최고예우 속 방한…‘YMCA’ 울려 퍼진 공항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9일 오전 11시 32분께 에어포스원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외교부 장관을 지낸 강경화 주미대사도 이날 함께했다. 공항 도착 직후 주먹을 불끈 쥔 채 첫 인사를 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올해 1월 취임 후 9개월여 만에 성사된 첫 방한이다.

도열해 있던 의장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장관과 함께 붉은 카펫을 걷는 동안 이른바 ‘트럼프 테마곡’으로 불리는 1970년대 히트 팝송 ‘YMCA’를 연주하며 환영했다. 빌리지 피플의 ‘YMCA’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트럼프가 유세장에 등장할 때마다 배경곡으로 쓰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쾌한 비트에 맞춰 이른바 ‘둠칫둠칫 댄스’를 추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 중 서울이 아닌 지방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그런 만큼 공항 환영식에서는 의장대 사열과 함께 예포 21발이 발사되는 등 최고 예우를 갖췄다. 환영 인사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 헬기 ‘마린원’에 올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향했다. 이후 경주 보문단지 내 보조 헬기장에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로 갈아타고 APEC 공식 부대행사인 ‘2025 APEC CEO 서밋’이 열리는 경주 예술의전당으로 이동했다.

李대통령, 트럼프에 무궁화대훈장…금관 모형도 선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박물관으로 이동해 전통 취타대의 호위 속에 입장했고, 천년미소관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환영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훈민정음 문양이 새겨진 황금빛 넥타이를, 트럼프 대통령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며 서로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공식 환영식에서는 양 정상의 공동 사열과 대표단 인사 교환이 이어졌다. 양 정상은 박물관 내부로 이동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트럼프 대통령 관련 기념 전시를 함께 둘러보며 환담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실현에 기여한 점을 공로로 평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정부의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서훈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린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아름답다.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답했다. 또 “한미는 아주 강력한 동맹 관계이고, 앞으로 이것을 통해 더욱더 국가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궁화 대훈장이 담긴 제작함을 만지며 “당장 걸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주 천마총 금관을 본뜬 특별 제작 모형을 선물했다. 대통령실은 이 선물이 한반도에서 장기간 평화시대를 유지한 신라의 역사와 함께 한미가 함께 일궈 나갈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시대를 위하여”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는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으로 대한민국을 두 번째 방문하는 유일한 분”이라며 “무궁화 대훈장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저희가 수여하는 것이어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지 9개월이 됐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여러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계시고, 많은 사람이 죽거나 대량 파괴가 이뤄질 수 있는 큰 문제들을 잘 해결해 왔다”고 치켜세웠다. 다만 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통령님의 진심을 아직은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북미 회담이) 불발되기는 했지만, 말씀한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큰 기대를 가지고 대통령님의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환영해주신 것과 저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서 수여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미국에 대한 깊은 영예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선 “이번에 시간이 잘 안 맞아서 만나지 못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내일 한국을 방문한다”면서 “(미-중 정상회담도) 제가 많이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 가지 말씀을 추가로 드리고 싶다.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면,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쪽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면서 “한반도 동해·서해의 해역 방어에 활용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미 지지해주신 것으로 이해한다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부분에 대해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 주시면 더 빠른 속도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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