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업황 둔화에 투심 악화까지…석화채 ‘금리 오버 발행’ 일상화

이건엄 기자I 2026.02.13 17:27:04

올해 석화업계 회사채, 기준금리 이상 다반사
SK인천석화 등 일부 업체 두 자릿수 스프레드
업황 둔화로 신용도 하락…회사채 투심 악화 영향도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업계가 회사채 시장에서도 유리한 조건에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황 악화로 석화채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채 투심 악화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기준금리를 웃도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오버 발행’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더 얹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조달비용 상승이 재무부담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석유화학업체 중 기준금리 이하로 금리를 낮추지 못한 곳(파(par) 포함)은 SKC(011790)와 SK가스(018670), SK인천석유화학, HD현대오일뱅크 등 4곳이다.

업체별로 보면 금리 부담이 가장 컸던 곳은 SK인천석유화학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12일 1000억원 규모(2년물 600억원·3년물 400억원)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166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금리는 신고금리 기준 2년물 +24bp, 3년물 +25bp에서 형성됐다. 일부 주문은 각각 +40bp, +30bp까지 들어오는 등 금리 부담이 가장 컸다.



언더 발행 사례 전무

중질유 기반 석화 설비를 구축한 HD현대오일뱅크도 금리 조건이 좋지 못했다. 지난 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3년물 900억원·5년물 600억원) 모집에 7850억원의 주문이 몰렸지만, 최종 발행 금리는 3년물과 5년물 모두 +5bp로 결정됐다.

지난달 22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SK가스는 총 2000억원(2년물 200억원·3년물 1300억원·5년물 500억원) 모집에 1조9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과 3년물은 각각 -1bp로 사실상 ‘파(Par)’ 수준에 그쳤고, 5년물은 +1bp로 소폭 가산금리가 붙었다. 수요예측 흥행에도 불구하고 금리 조건은 우호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SKC는 1000억원(2년물 400억원·3년물 600억원) 모집에 539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3년물 모두 민평금리와 동일한 수준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가산금리는 없었지만 파 발행에 그치며 금리 이점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처럼 석화업체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시작된 업황 둔화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석화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이 약화되고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요구되는 금리 역시 높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금호석유화학, SKC, HD현대케미칼, 여천NCC,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 등 국내 주요 석화업체 9곳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187억원으로 전년 6404억원 대비 적자폭이 60% 가까이 확대됐다.

여기에 주식시장 활황과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며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될 자금이 다른 자산으로 이동한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투자 수요가 분산되면서 회사채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발행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회사채 발행사들의 가중평균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3.7bp(1bp=0.01%)로 전년 동기 –6.3bp 대비 상승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조달비용이 1.7배 상승한 셈이다. 기관투자자의 자금 집행이 재개돼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연초 효과’를 감안했을 때 올해 초 회사채 시장의 수급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프레드 추가 확대 가능성도

문제는 이 같은 오버 발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석화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사실상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자체가 높은 상황에서 스프레드까지 우호적이지 않으면 금융비용 증가는 불가피하고, 이는 재무건전성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업황 반등이 지연될 경우 시장에서 더 높은 금리 프리미엄을 요구받거나 미매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영업현금흐름 둔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반면 차환 및 운영자금 수요는 지속되고 있어 발행 여건은 점차 불리해지고 있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석화업체들은 더 높은 금리를 불러야만 그나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이는 수익성이 둔화된 석화업체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