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지도부, 강경파로 선출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불가피
국제유가 급등에 인플레 압력 커져
골드만삭스 "세계 성장률 0.2%p↓"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전이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 원유와 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에 충격을 줘 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겪는다. 과거 이라크전 등 미국의 중동 전쟁을 반추하면 군사력의 한계보다는 정치·사회·문화적 요인을 과소평가해 구조적인 ‘필패’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전이 장기화하면 천문학적인 비용만 지출하고 철수하는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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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나흘째인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하려면 애초 예상보다 훨씬 긴 군사 작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 강경파 지도부의 잔존 세력이 저항을 선택하면서 전선을 넓히고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어서다. 전쟁 비용을 끌어올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미군 사상자를 늘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란이 미군 기지 공격을 명분 삼아 이웃 국가를 지속적으로 타격하는 게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후 구도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엔 우리가 행동에 나선 뒤 이전 인물만큼이나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며 “몇 년 뒤 우리가 더 나은 인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공습 이후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란이 차기 최고지도자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부친 못지않은 강경 보수 성향 인물로 평가받는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장기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브렌트유)가 80달러 선을 넘으면서 100달러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식이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동시에 달러 강세와 원화 환율 급등이 나타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처럼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충격이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약 0.2%포인트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은 약 0.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에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 물가상승률은 3.8%로 전망한 바 있다.
세계적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충돌의 경제적 영향은 전쟁의 기간과 확산 여부에 달렸다”며 “전쟁이 더 오래가고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수록 세계 경제에는 더 강한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이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