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맥쿼리 아시아태평양 인프라펀드4(MAIF4)가 세운 한국인터넷인프라홀딩스는 지난달 27일 가비아 지분 69.35%(930만7200주)와 자회사 케이아이엔엑스(KINX) 지분 7.97%(38만9155주)를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가격은 가비아 주당 5만3000원, KINX 주당 19만원이다. 가비아 지분은 경영진(24.37%)과 미국계 미리캐피탈(24.17%),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14.29%) 등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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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아, 공개매수 거부 뒤 얼라인 협상으로 조건 바꿔
맥쿼리가 처음 가비아 인수에 나선 건 지난 7월이다. 다른 펀드를 통해 경영진 지분 24.37%를 사들이기로 하고, 일반주주를 상대로 주당 4만80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이에 2·3대 주주인 미리와 얼라인이 반기를 들었다. 미리는 공개매수가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가격 재협상과 KINX 소수주주 보호를 요구했고, 얼라인은 이사회 독립성을 문제 삼아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가비아 지분 38.5%를 쥔 두 펀드가 응하지 않으면서 9월 17일 마감된 공개매수 응모 물량은 발행주식의 5.4%(72만1413주)에 그쳤고, 거래는 무산됐다.
무산 이후 얼라인과 미리는 맥쿼리 측과 가격 및 거래 구조를 놓고 다시 협상했다. 이 과정에서 얼라인은 자사 지분을 넘기는 조건을 하나 걸었다. 가비아뿐 아니라 KINX 일반주주까지 대상으로 하는 전량 공개매수를 개시해야 자사 지분 매각을 종결한다는 선행조건이다. 가비아는 KINX 지분 36.3%를 가진 최대주주로, 두 회사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된 구조다. 그런데도 1차 때 KINX 일반주주는 매수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미리가 1차 때부터 KINX 소수주주 보호를 요구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가비아 매수가는 1차보다 10.4% 올랐고, KINX 일반주주도 주요 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을 팔 기회를 얻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지배권 변동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동등한 매각 기회를 보장하면서 중복상장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법 시행 전에 펀드들의 협상만으로 일반주주 잔여 지분 전량에 대한 공개매수가 개시된 사실상 최초의 사례라는 평가다.
오리온·삼성전자에도 같은 요구 잇따라
이처럼 행동주의들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형태가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다. 또 다른 행동주의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미국계 터톤캐피탈은 지난달 19일 각각 오리온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중앙일보 인수 중단을 요구했다.
FCP는 미등기임원인 오너 일가의 보수 수령 문제와 주주환원 확대를 거론하며 오는 13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같은 날 밤 다우키움·CJ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오리온그룹(입찰 주체 오리온홀딩스)의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이후 영국계 실체스터도 지난달 하순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중앙일보 인수 추진을 비판했고, 27일에는 지분을 7.10%로 늘렸다는 공시가 나왔다. 서로 다른 펀드 세 곳이 열흘도 안 돼 같은 방향의 요구를 낸 셈이다.
삼성전자에는 라이프자산운용이 9월 14일 주주서한을 보낸 데 이어 지난달 14일 팰리서캐피탈, 15일 달튼인베스트먼트가 잇따라 목소리를 냈다. 세 곳 모두 할인 거래되는 우선주를 사들여 소각하라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시 우선주 매입 비중을 적극 검토해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이런 사례에서 펀드들이 손을 잡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공시하진 않았다. 자본시장법은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지분을 합산해 5% 이상이면 보유 상황과 목적을 보고하도록 하고, 시행령은 의결권 공동행사 등에 합의한 투자자를 공동보유자로 본다. 지금까지 나온 사례는 모두 펀드들이 각자 이름으로 같은 요구를 내는 일종의 ’공동전선‘ 형태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7일 기관투자자의 공동 의결권 행사를 공동보유로 보지 않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 각 기관 지분이 5% 미만일 경우 의결권을 함께 행사해도 지분을 합산해 공시할 의무가 없다. 다만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동행사는 보고 의무가 유지된다.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배주주와 인수자만 합의하면 거래가 끝났지만, 이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일반주주 몫을 따로 챙기지 않으면 딜이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다만 인수합병(M&A)마다 펀드들의 반대를 의식해야 하는 만큼 거래 비용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이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나 인수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1/PS26110201408.1043x.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