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억원 벌어도 버겁다”…美, 중산층까지 연체율 ‘비상’

임유경 기자I 2026.02.13 17:15:51

[연체율 2017년 이후 최고치]
소득 대비 부채율 50% 육박, 연체 늘어
선택적 부채에서 생존형 부채로 전환해
美경제 겉으로만 호조…가계 취약 확대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경제가 겉으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 재정의 이상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저소득층을 넘어 연소득 1억원이 넘는 중산층까지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체율이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호조 이면에 가계 재정 취약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문승용 기자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저소득층에 국한됐던 가계 부채 문제가 중산층까지 확대됐지만, 전통적인 경제 지표를 통해 충분히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미 전역에서 신용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신용상담재단(NFCC)에 따르면 최근 상담자의 평균 연소득은 약 7만 달러(약 1억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팬데믹 이전 상담자의 평균 연소득이 약 4만 달러(약 5800만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재정 압박이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NFCC는 최근 상담자들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50% 수준에 달해 팬데믹 이전(25%) 대비 크게 늘었으며, 상환 계획에 들어간 기존 상담자들 사이에서도 연체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가계 재정 압박을 보여주는 스트레스 전망(FSF)을 올해 1분기 6.8로 제시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 재정 악화를 보여주는 이 같은 데이터들은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노동통계국(BLS)은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13만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또 미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개인소비지출(PCE)는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가계 소비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용상담 기관들은 가계 내부의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으며 공식 통계에 반영된 수치보다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컨솔리데이티드 크레딧과 머니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 등 주요 비영리 상담 기관들은 지난해 상담 신청 건수가 두 자릿수 증가했다고 밝혔다. 컨솔리데이티드 크레딧에 따르면 상담을 요청하는 차주 중 약 3분의 1이 청구서 납부를 연체한 상태다.

이들 기관은 채권자와 협의해 금리를 낮추고 부채를 통합하는 상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해당 계좌들은 연체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통적인 경제 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가계 부채 중 연체 비중은 4.8%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크 크록슨 NFCC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에 따른 선택적 부채에서 생존형 부채(survival debt)로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가계의 재정적 완충 장치가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인다”며 “이는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계 재정 스트레스 지수의 수직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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