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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번 돈 석 달 새 103조 날아갔다”…이자 부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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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6.10.27 17: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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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도 가계 소비 여력은 오히려 악화 우려
국내주식 평가이익 2분기 948조→3분기 845조…한은 추정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29.8%…5% 이상 가계대출 비중 2.7배
코스피 반등에도 6월 말 대비 33.5% 하락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반도체 호황에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밝아졌지만 가계의 소비 여력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3분기에만 가계의 국내 주식 투자로 쌓아온 누적 평가 이익이 100조원 넘게 줄어든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겹치고 있어서다. 기업 실적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가운데 자산 손실과 이자 부담이 소비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가계의 국내 주식 누적 평가이익은 2분기 말 948조 3000억원에서 3분기 말 845조 2000억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415조원에서 올해 2분기 948조원으로 늘었다가 한 분기 사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증가분은 약 533조원으로, 3분기 감소액 103조원은 이 금액의 19.3%에 해당한다. 한은은 주식 보유액의 변동에서 순매입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평가손익을 계산했으며, 3분기 수치는 한국거래소의 개인투자자 매매동향 등을 활용해 추정했다.

(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10월 들어서도 증시 조정이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주식 평가이익은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3.09% 오른 5638.34로 반등했지만, 9월 말(6838.04)과 비교하면 여전히 17.5% 낮은 수준이다. 6월 말(8476.48)과 비교한 하락률은 33.5%에 달한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2분기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중 국내외 주식·출자지분 비중은 29.8%에 달했다. 국내 주식 비중이 25.8%, 해외 주식은 3.9%였다. 투자펀드까지 합치면 34.4%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투자 확대와 주가 상승으로 금융자산 구성이 달라진 상황에서 증시가 급락하면서 가계 소비가 주가 변동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최근 주식 투자자가 많이 늘어난 만큼 주가 변동에 따른 부의 효과가 과거보다 커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소비를 줄이는 역자산효과가 이전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신 총재는 최근 주가 조정에 따른 소비 둔화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면서, 큰 흐름에서는 소비가 견조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 회복세가 폭넓게 확산한 것은 아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 회복의 확산 정도를 나타내는 소비확산지수는 최근 60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 80을 웃돌던 때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발표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22년 1분기 이후 약 4년 반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은은 주식 거래 감소와 완성차 파업이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제외해도 소비 회복세가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증시는 조정을 받고 있는데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이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 가운데 연 5% 이상 금리가 적용된 대출은 금액 기준 20%였다. 지난해 같은 달 7.3%에서 1년 새 2.7배로 늘었다. 연 4.5%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53.6%로 절반을 넘는다. 주가 하락으로 보유 자산 가치가 줄어든 가운데 돈을 빌리는 비용도 높아져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압박하는 셈이다.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증시 회복도 불투명하다는 점은 또 다른 부담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잔액 기준 대출금리에 약 5개월 뒤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7·8월 연속 인상의 영향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7·8월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린 뒤 이달에는 연 3.0%로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도체 수출과 투자 호조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8월 전망치인 3.3%, 2.9%를 상당폭 웃돌고 물가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증시 역시 최근 낙폭을 만회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코스피가 이날 종가(5638.34)에서 가계의 주식 평가이익이 정점을 기록했던 2분기 말 수준(8476.48)을 회복하려면 50.3% 상승해야 한다. 주가가 단기간에 반등하더라도 가계가 체감하는 자산 손실이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코스피 매도세, 금리 상승세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업종 특별급여는 급증했지만 임시·일용직 임금 개선은 더디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는 구매력 강화 요인이지만 소비 추세를 바꿀 만한 변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들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 덕에 전체 민간 소비는 개선되겠지만, 고용 상황과 금리·주거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 낙수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가계의 소비 증가는 크게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K자형 회복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증시 조정으로 소비심리 개선이 어려워지며 가계 이자 부담은 내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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