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전문경영인으로서 지난 3년간 한미약품을 이끌어온 박재현 대표이사는 33년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박 대표는 연임을 희망했지만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갈등 속에서 결국 그룹의 조속한 안정을 택한 4자 연합의 결정에 따라 박 대표의 연임은 무산됐다. 제약업계에선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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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현장 지킨 정통 한미맨 평가
박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현장을 지킨 정통 한미맨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그는 줄곧 "한미의 시작과 끝은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신약 개발 철학이어야 한다"며 R&D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이끄는 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대표 취임 직후부터 창업주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그는 형제 측과 모녀 측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려 애썼으나 결국 고발과 고소라는 사법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지난 2024년 8월, 지주사에 위임했던 인사·법무 기능을 독립시키며 한미약품만의 독자 경영을 선언하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측으로부터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를 단순한 직급 하락의 문제를 넘어 전문경영인의 자율성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문경영인이 어떤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의 핵심으로 꼽기도 했다.
연임 희망했으나 최대주주와 충돌로 경영권 분쟁 재발 불씨
박 대표는 2024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제기됐던 각종 횡령 및 의혹에 대해 최근 경찰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으며 대표이사 연임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한달 앞두고 불거진 신 회장과의 충돌은 4자 연합 와해 가능성까지 확대되며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재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러일으켰다.
특히 박 대표는 이례적으로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대주주인 신 회장을 언급했다. 그는 신 회장이 사내 성비위 관련 임원을 비호하고 연구개발(R&D)이 핵심인 제약사에서 비용 절감만을 강조하며 원가 절감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대 회장의 철학인 R&D가 대주주의 비용 절감 논리에 꺾이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신동국 회장은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 회장은 폭로 내용을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는 한편 "박 대표가 직접 나를 찾아와 연임을 간곡히 부탁했으나 내가 이를 거절하자 느닷없이 허위 사실을 폭로하며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맞폭로로 응수했다.
신 회장 측은 박 대표의 폭로 배경에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고뇌가 아닌 연임 실패에 따른 개인적 보복이 깔려 있다고 의심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은 인신공격성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타협 불가능한 지점까지 치달았다. 아울러 신 회장은 박 대표 체제 아래 한미약품이 거둔 성과 역시 박 대표의 능력보다는 한미약품의 저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갈등이 지속되던 중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침묵을 깨고 전문경영인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4자 연합 내부의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자 송 회장은 결국 그룹 전체의 경영 안정과 갈등 봉합을 위해 신 회장과 손을 잡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 송 회장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앞두고 박 대표를 유임하는 대신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앉히기로 극적으로 합의했다. 한미약품 내부에서는 송 회장이 박 대표 개인을 지켜내는 것보다 신 회장과의 합의 유지를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이사회 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임기를 끝으로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고자 한다"며 "저희 작은 저항과 외침이 ‘임성기정신’ 보존의 중요성에 경종을 울리는 작은 밀알이 됐길 바란다"고 임직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는 "임성기 정신은 대한민국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한미약품을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핵심 가치"라며 "이 정신이야말로, 한미가 토종 한국 기업으로서 R&D 중심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자,\ 제약 보국의 토대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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